中서 일본인학교 투석 등 반일 확산…중일 외교당국 충돌(종합3보)
'도쿄전력엔 6천여통' 중국인들 항의 전화 잇따라…일본산 불매운동
日정부, 주일 중국대사 초치 항의…中정부 "국제사회 日 비판…방류 중단하라"
(도쿄·베이징=연합뉴스) 박상현 박성진 한종구 정성조 특파원 =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를 개시한 후 중국에서 일본인학교에 돌을 던지거나 일본에 항의 욕설 전화를 거는 등 반일 감정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중국 정부에 적절한 대응을 촉구하자 중국 정부는 이번 사태가 일본의 잘못으로 촉발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오염수 배출을 즉각 중단하라고 맞서는 등 외교분쟁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 日관방장관 반일 확산에 "유감…중국 정부는 적절히 대응해야"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28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오염수 방류 이후 중국 내 일본인학교 투석과 항의 전화 등 반일 행동이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에 "이러한 사안이 발생한 것은 지극히 유감스럽고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측에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 냉정한 행동 호소 같은 적절한 대응을 요청하는 동시에 중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의 안전 확보, 처리수에 대한 정확한 정보 발신을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마쓰노 장관은 중국 내 일본산 제품의 불매 운동이 자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단하기 힘들다고 언급한 뒤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과학적 사실에 반하는 주장에는 반론을 펼쳐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오카노 마사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도 이날 오후 우장하오 주일 중국대사를 초치해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 조치와 중국인들의 항의 전화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오카노 차관은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는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하지 않아 지극히 유감"이라고 항의한 뒤 일본산 식품에 대한 수입 규제 조치의 즉시 철폐를 재차 요구했다.
그는 또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최근 중국에서 일본으로 괴롭힘 전화가 다수 걸려 오는 것에 대해서도 "매우 유감"이라고 항의했다.
중국 내에서 반일 감정이 격화하자 일본 외무성은 중국 측에 "매우 유감스럽고 우려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오카노 차관은 우 대사에게 중국에 체류하는 일본인이나 일본 공관의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중국 정부에 강하게 요구했다.
◇ 중국 "日측 잘못으로 발생…일본인도 업무방해 전화"
일본의 이 같은 요구에 중국 외교부는 '외국인 보호'란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일본 측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인 학교 투석 행위 등에 대한 조치를 묻는 일본 기자의 말에 우선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국은 법률에 따라 재중 외국인의 안전과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한다는 것"이라면서도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일본의 행태에 이웃 국가들과 국제사회가 비판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그러면서 한국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북한, 솔로몬제도, 바누아투, 러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비판한 사실을 일일이 언급한 뒤 "일본이 모든 당사자의 합리적인 우려를 똑바로 보고 핵 오염수 해양 배출을 즉각 중지하며 이웃 나라 등과 협상해 책임 있는 방식으로 핵 오염수를 처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왕 대변인은 일본인 학교에 돌을 던지는 등 일본에 항의표시를 한 자국민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초치를 당한 주일 중국대사관도 다소 이례적으로 우장하오 대사의 발언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며 맞섰다.
우 대사는 "중국은 계속해서 법에 따라 중국 주재 일본 대사관·영사관의 안전과 재중국 일본인의 합법적 권익을 보장할 것"이라고 답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오히려 주일 중국대사관·영사관에 최근 일본인의 '업무방해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일본에 항의했다.
우 대사는 "최근 일본 주재 중국 대사관과 영사관이 일본 국내에서 온 대량의 '소란 전화'를 받았다"며 "이는 대사관·영사관의 정상적인 운영에 엄중한 방해를 끼쳤다"고 했다.
이어 "일본은 법률에 따라 (이 문제를) 처리하고, 중국 대사관·영사관 관사와 근무 인원, 재일 기구·기업·국민, 일본을 방문한 여행객의 신변 안전을 확실히 보장해달라"고 촉구했다.
주일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우 대사가 이날 이와 관련해 일본에 '엄정한 교섭'(외교 채널을 통한 항의)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 中서 일본인학교에 투석·계란 공격…日제품 불매운동
일본 언론들은 24일 오염수 방류 개시 이후 중국에서 일본에 대한 감정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다양한 반일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에는 중국 산둥성 칭다오 소재 일본인학교에 돌을 던진 중국인이 공안 당국에 구속됐다.
베이징에 있는 주중 일본대사관 부지 안으로도 같은 날 벽돌 조각이 던져진 사실이 확인됐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다만 직원 부상이나 시설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어 장쑤성 쑤저우의 일본인학교에는 25일 여러 개의 계란이 날아 들어왔고, 상하이 일본인학교에는 오염수 방류에 항의하는 전화가 걸려 왔다.
중국인들의 항의전화는 중국내 일본인 시설에 그치지 않고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나 원전이 있는 후쿠시마시의 공공시설은 물론 일본 내 음식점이나 일반 주택 등 무차별적으로 걸려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전력은 방류를 개시한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중국 발신 전화가 6천건 이상 걸려왔다고 확인했고 후쿠시마시는 같은 기간 시청, 산하 공공시설, 학교 등에 중국발로 보이는 전화가 770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일부 전화는 일방적으로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HK는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의 18∼25일 게시글을 분석한 결과 방류가 개시된 25일 '불만'이나 '두려움' 섞인 글이 크게 늘었으며 일부 게시글에는 항의 전화를 걸 일본 전화번호가 기재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칭다오 일본총영사관 인근에서는 일본인을 경멸하는 단어 등을 크게 쓴 낙서도 확인됐다.
온라인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독려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특히 일본산 화장품 업체를 정리한 '불매 리스트'가 만들어져 공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일본 단체여행의 예약 취소 현상도 속출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중국에서 반일 감정이 확산하면서 중국에 머물고 있거나 중국을 방문하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말과 행동을 조심해 달라고 당부했다. (취재보조: 김지수 통신원)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