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0년 전 법조계 '간토대지진 학살 인정' 권고에 모르쇠 여전
아사히신문, '추도문 송부 거부' 도쿄지사에 "책임 자각해야" 비판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정부가 20년 전 자국 법조계로부터 간토대지진 당시 벌어진 조선인 학살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라는 권고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일본 변호사연합회가 2003년 8월 25일 정부에 제출한 간토대지진 권고서와 관련해 "20년 전 일이라 어떻게 처리됐는지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이 권고서에 대해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아즈사와 가즈유키 변호사는 "옛 식민지 출신 사람들에 대한 차별을 심각하게 반성하지 않으면 다시 중대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유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100주년을 맞은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국가는 확정 판결의 보존과 공개에 힘써야 한다"며 "조사에 힘을 쏟는다면 새로운 자료가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본 변호사연합회는 조선인 학살의 참상을 목격한 고(故) 문무선 씨가 1999년 인권 구제를 요청하자 조사에 나섰고, 조선인 학살과 관련해 정당방위였다는 기록이 있으나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어 2003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에게 "국가는 책임을 지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죄하고, 학살의 전모와 진상을 조사해서 원인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권고서를 보냈다.
간토대지진은 일본 수도권이 있는 간토 지방에서 1923년 9월 1일 일어났다. 지진으로 10만여 명이 사망하고, 200만여 명이 집을 잃었다.
일본 정부는 당시 계엄령을 선포했고, 일본 사회에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거나 '방화한다' 같은 유언비어가 유포됐다.
이러한 헛소문으로 약 6천 명으로 추산되는 조선인과 중국인 약 800명이 자경단 등에 의해 살해됐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가 내달 1일 개최될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데 대해 "행정 수장으로서 책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사히는 "교훈을 가슴에 새겨야 할 시점에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왜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가"라며 "학살 여부를 분명히 말하지 않는 자세는 사실을 부정하는 주장을 용인하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이케 지사는 취임 첫해인 2016년에는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전달했으나, 2017년부터 보내지 않았고 올해도 송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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