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애호가' 김석원이 만든 쌍용차…주인 바뀌며 끝없는 부침
코란도 앞세워 초기 SUV 시장 선도…경쟁서 밀려 위상 추락
대우·상하이차·마힌드라 거쳐 지금은 KG그룹에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26일 별세한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은 자동차에 대한 개인적 관심이 컸던 나머지 자동차업까지 인수해 직접 경영한 인물이다.
해외 유학 시절 드라이빙스쿨을 수료했을 만큼 자동차 애호가로 알려진 김 전 회장은 1975년 부친의 별세로 경영권을 잡은 뒤 한국 최초의 자동차 회사로 알려진 동아자동차를 인수했다.
동아자동차가 1988년 사명을 바꿔 탄생한 기업이 쌍용자동차다.
쌍용차는 출범 첫해인 1988년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대중화에 크게 이바지한 4륜구동 중형 SUV 코란도 패밀리를 출시하며 이른바 '지프형 자동차'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다졌다.
김 전 회장의 '코란도 사랑'은 유명하다.
해병대 출신으로 베트남 전쟁에도 참전했던 김 전 회장은 쌍용그룹 회장 재임 시절에도 세단이 아닌 지프형 자동차 코란도를 이용했다.
쌍용차는 1991년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소형 상용차·디젤엔진 부문 기술 제휴를 맺었고, 1993년에는 벤츠와 자본합작 계약을 하며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계속해서 사세를 키워 나갔다.
벤츠와 엔진 기술 제휴로 만들어진 대표 차종으로는 지금은 단종된 쌍용차의 플래그십 세단 체어맨, 국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4륜구동 중형 SUV 무쏘, 소형 승합차 이스타나 등이 있다.
1994년에는 완성차 생산거점인 평택공장에 이어 창원에 엔진 생산공장을 준공했고, 1995년에는 평택에 이스타나 등 소형 상용차 전용공장을 세우는 등 생산 역량도 확충했다. 독일에 합작판매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그러나 현대정공이 갤로퍼라는 강력한 차종을 앞세워 1992년부터 SUV 시장의 새로운 선두주자로 올라서는 등 SUV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했고, 쌍용차의 위상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었다.
대규모 투자와 기술 확보 노력에도 쌍용차의 경영 상황은 계속 악화해 부채가 3조4천억원, 누적 적자는 4천억원 규모에 달하며 쌍용그룹 전체를 휘청거리게 했다. 이런 상태였던 쌍용차는 결국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월 대우그룹에 매각돼 쌍용그룹과는 결별하게 된다.
이후에도 쌍용차는 계속해서 주인이 바뀌며 큰 부침을 겪었다.
쌍용그룹으로부터 쌍용차를 인수한 대우그룹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워크아웃 대상 기업으로 지정되면서 쌍용차는 대우차에서 완전히 분리됐다.
이어 '헐값 매각' 논란을 뒤로 하고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가 새로운 주인이 됐지만,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경영이 악화하자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에 대한 법정관리(기업 회생)를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쌍용차가 대규모 정리해고 방침을 내놓자 2009년 노동조합이 평택공장에서 '옥쇄 파업'을 벌이고, 구조조정 대상이 된 노동자들이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2011년 회생 절차를 졸업한 쌍용차는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됐으나 경영 상황은 쉽사리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다시 기업회생 절차를 거친 끝에 지난해 국내 기업인 KG그룹 품에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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