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멀티플랫폼·중국·서브컬처' 게임스컴이 던진 세 가지 질문
(쾰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독일 쾰른에서 개막한 게임쇼 '게임스컴 2023'이 25일(현지시간) B2B(기업간 거래) 전시를 종료하며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게임스컴은 당초 관람객 중심 행사였으나, 올해 북미권 게임쇼 E3가 취소되며 전 세계 게임사의 신작 공개 수요를 집어삼킨 매머드급 게임쇼로 떠올랐다.
나흘 동안 둘러본 게임스컴은 최근 글로벌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건 한국 게임 업계에 새로운 키워드를 던지고 있었다.
◇ PC·콘솔 멀티플랫폼 게임이 대세…모바일 게임 찾기 힘들어
게임스컴 전시장을 수놓은 글로벌 게임사 부스에서 가장 눈에 띈 점은 한국 게임 업계의 주력 플랫폼인 모바일 게임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장 개막 전야제 행사인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ONL)에서 소개된 24종의 게임 트레일러 중 모바일 기기를 지원하는 작품은 '마블 스냅'과 '젠레스 존 제로' 2개에 불과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해 유비소프트, 닌텐도, 세가, 반다이 남코 등 대형 게임 유통사들은 PC·콘솔 플랫폼으로 화려한 그래픽과 연출, 깊이 있는 게임성을 홍보하는 데 주력했다.
일부 모바일 게임 부스도 있었지만, 관람객이 몰린 오후 '러시아워' 시간에도 얼마 기다리지 않아 게임을 체험할 수 있었다.
하이브IM이 단독 부스를 내고 선보인 '별이되어라2: 베다의 기사들'(영문명 'ASTRA') 역시 시연 부스의 대부분은 대형 모니터와 키보드 콘솔 게임패드가 놓인 PC 체험 공간이 차지했다.
북미·유럽 시장에서 인정받는 게임을 내놓으려면 콘솔 플랫폼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국 게임사들이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블록체인 게임이나 메타버스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체불가토큰(NFT) 결제 기술을 지원하는 기업 엑솔라, 블록체인 게임사 간 연합체인 '블록체인 게임 얼라이언스'가 B2B 구역에 부스를 낸 것 정도가 전부였다.
◇ 팬덤 거느린 중국 게임 부스에 관람객 '장사진'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발 역량이 눈에 띄게 높아진 중국 게임들의 약진도 돋보였다.
B2C(기업-소비자 거래) 전시장이 열린 첫날인 지난 24일, 중국 게임사 '게임 사이언스'의 신작 게임 '블랙 미스: 오공' 시연 부스는 한때 3시간 넘는 체험 대기 줄이 생기는 기염을 토했다.
그간 해외에서 별도의 브랜드명을 사용해 '중국산'이라는 사실을 최대한 감추려고 노력한 다른 기업들과 달리, '게임 사이언스'는 기업 로고와 게임 홍보 영상에서 중국 게임임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블랙 미스: 오공'은 개막식 트레일러에서 압도적인 그래픽과 연출로 플레이어들의 호평을 받으며 '게임스컴 어워드'에서 '최고의 시각 효과' 상을 받았다.
'원신'·'붕괴: 스타레일' 제작사로 유명한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에서 나눠 준 대형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관람객도 자주 눈에 띄었다.
호요버스는 부스에 커다란 무대를 설치하고 게임 음악과 코스프레 공연을 펼쳤는데, 행사 때마다 팬들의 함성으로 공연장이 시끌벅적해졌다.
접이식 의자를 들고 와 '오공' 부스 앞에 줄을 선 뮌헨 출신의 르네 콜로첵(25) 씨는 "트레일러를 보니 정말 장래가 기대되는 게임이라 꼭 해 보려고 왔다"며 "3개월쯤 전까지는 '원신'을 즐겨 했는데, 돈을 많이 쓰도록 유도하는 게 단점이긴 했지만, 그만큼의 재미를 주는 게임이었다"고 말했다.
텐센트와 넷이즈의 신작 게임 부스 역시 '오공'만큼은 아니지만, 20∼30분 이상은 기다려야 시연 기회가 돌아올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높은 기술력과 콘텐츠 기획 능력으로 지구 반대편 게이머까지 열성 팬으로 만든 중국 게임의 급부상은 아직도 내수 시장에 호소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대세인 한국 게임 업계에 던지는 시사점이 커 보였다.
◇ 일본 문화에 열광하는 유럽인들…서브컬처 게임 부스 인기
"오타쿠(특정 분야에 심취한 마니아) 중의 오타쿠는 '양덕', 즉 서양 오타쿠"라는 말이 있다.
게임스컴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풍 게임인 '서브컬처' 장르에 심취한 게이머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원피스', '나루토', '원펀맨' 같이 서구권에서 인기 많은 일본 만화 지식재산(IP)을 활용한 게임 부스는 B2C 전시 기간 내내 많은 팬이 몰렸다.
서브컬처 게임 전문 개발사인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 부스에도 게임 캐릭터 코스프레를 하거나,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관람객들이 자주 보였다.
게임스컴이 열리는 '쾰른메세' 전시장 중 하나는 아예 코스프레 전용 공간으로 구성했고, 각종 애니메이션·게임 관련 굿즈(연관 상품)를 판매하는 장터도 연일 관람객들의 발걸음으로 활기를 띠었다.
일본풍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향유하고 기꺼이 지갑을 여는 계층이 아시아권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많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했다.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게임쇼 지스타(G-STAR) 역시 '서브컬처 게임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브컬처를 더 이상 문자 그대로의 하위문화(Sub-Culture)로 볼 수 없는 이유다.
넥슨게임즈[225570]의 '블루 아카이브' 성공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서브컬처 게임에 도전장을 내미는 게임사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와 아시아 시장을 넘어 서양까지 사로잡는 서브컬처 IP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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