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봉 대선 실시…'봉고 가문' 56년 집권 연장 가능성(종합2보)
봉고 대통령 3연임 관측 속 야권 온도 오사 후보 도전
정부, 투표 종료후 인터넷 차단·내일부터 야간 통행금지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중부 아프리카 가봉에서 26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다.
42년 장기 집권한 아버지 오마르에 이어 14년간 통치한 알리 봉고 온딤바(64) 대통령의 3연임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야권의 알베르 온도 오사(69) 후보가 도전에 나선 형국이다.
알자지라 방송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가봉 전국 2천918개 투표소에서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투표가 시작됐다.
일부 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유권자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고 방송은 전했다.
가봉 정부는 이날 오후 6시까지 진행된 투표 종료 이후 추가 통보가 있을 때까지 인터넷을 차단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야간 통행금지를 오는 27일부터 시행한다고 덧붙였다.
로드리케 음붐바 미사우 통신부 장관은 공영 TV에서 "폭력 사태 조장과 허위 정보 확산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대선 개표 결과는 3∼7일 후 가봉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할 예정이다.
가봉 국민 240만여 명 가운데 선관위에 등록된 유권자는 84만6천여 명이다.
가봉에서는 다른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와 달리 과반 득표자가 없더라도 1차 투표만으로 다수 득표자가 당선된다.
가봉 의회는 지난 4월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의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했다. 헌법상 연임 제한 규정은 없다.
이번 대선에는 총 19명이 공식 입후보했으나 야당 측의 후보 단일화 움직임으로 5명이 중도 포기하고 봉고 현 대통령을 비롯해 14명의 후보가 경합 중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집권당 가봉민주당(PDG) 후보인 봉고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게 현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봉고 대통령과 경합할 만한 거물급 후보가 야권에 없고, 결선투표 제도가 없어 여러 후보가 나선 야당 진영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야권 후보 중에서는 일부 야당의 단일화 후보로 추대된 온도 오사 전 교육부 장관이 그나마 가장 유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아버지 오마르의 2009년 사망 후 치른 대선에서 당선된 봉고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는 부정선거 등의 비난 속에 불과 5천500여 표 차이로 재선에 성공했다.
2018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국외에서 5개월간 요양하면서 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으나 2020년 이후 회복되는 양상이다.
그가 국외 요양 도중이던 2019년 1월에는 국내에서 소규모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으나 신속히 진압되기도 했다.
한편 가봉 상원 67석(15석은 대통령 임명) 중 52석과 하원 143석을 뽑는 상·하원 총선과 지방선거도 이날 함께 실시된다.
가봉은 석유와 망간, 목재 등 풍부한 자원과 240만여 명의 비교적 적은 인구 덕분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는 아프리카에서 상위 부국 중 하나다.
그러나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인구의 ⅓이 여전히 빈곤선 아래로 분류되는 등 빈부 격차가 심하다.
아울러 봉고 가문의 장기 집권과 이에 대한 야권 등의 반감, 선거 후 야당의 불복 소송 제기 및 폭력 사태 발생 가능성은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2016년 대선 이후에도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항의하는 시위대를 군경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5명(야당 집계 30명)이 숨졌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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