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입 금지는 당연"…중국인 반일정서 자극한 日오염수 방류
베이징 수산시장 상인들 "핵 오염수 해양 배출 말이 안 돼"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우리는 중국산 수산물만 판매합니다. 오래전부터 수입산은 취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둘째 날인 25일 오전 중국 수도 베이징 남부에 위치한 징선(京深)수산시장.
한 상인이 새우를 사러 온 손님에게 모든 수산물이 '국산'임을 강조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상인은 그러면서 "정부에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기 때문에 앞으로는 일본산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다"며 손님을 안심시켰다.
판매대에 놓인 각종 수산물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상인과 조금이라도 가격을 깎으려는 손님의 모습이 한국의 여느 전통시장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상인들은 전날 일본의 오염수 방류 개시 직후 발표한 당국의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 조치가 불러올 후폭풍을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시장 한편에서는 몇몇 상인들이 수입 금지 조치를 언급하며 일본을 거칠게 비난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한 남성은 "핵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고, 또 다른 남성은 "시장에 일본산 수산물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현수막을 게시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핵 오염수'라고 지칭하면서 주민들도 '핵 오염수'라고 표현하는 모습이었다.
시장 입구에서 냉동 수입 수산물 취급하는 상점 주인은 "일본은 정말 너무하는 것 같다"며 "핵 오염수 방류는 일본에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주변 국가 등 전 세계에 피해를 준다"고 비난했다.
일제의 침략을 경험한 중국은 한국만큼이나 반일 정서가 강한 국가다.
최근에는 일본 주요 정치인들이 중국의 핵심이익으로 불리는 대만 문제를 잇달아 언급하면서 관계가 극도로 악화했다.
가뜩이나 반일 정서가 강한 나라인데, 중국 당국이 강하게 반대하던 오염수 배출을 강행했으니 국민감정이 더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관영 매체가 나서서 오염수 방류 비판 여론을 부추기는 점도 반일 감정 조성에 한몫하고 있다.
택시 기사 왕모 씨는 "일본 고위 관료들이 수산물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것은 보여주기일 뿐"이라며 "앞으로도 핵 오염수 방류가 초래할 문제 때문에 바닷가도 마음대로 여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뤄모 씨는 "일본은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이번 핵 오염수 방류를 보면 겉과 속이 다른 나라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금지는 일본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일본 상품 불매운동 움직임도 일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에 '일본제품 불매운동'(抵制日貨)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니, 하루 사이 수백개의 글이 게시됐다.
네티즌들은 화장품·세제·음식 등 각종 품목의 일본 브랜드 리스트를 게시하며 국산으로 대체하자고 호소했다.
한 네티즌은 "지금은 특별한 시기인 만큼 우리가 단결해야 한다"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일본 애니메이션과 굿즈 등도 구입하지 않겠다"고 적었다.
이날 낮 베이징 번화가 궈마오 인근의 일식당은 대부분 만석이었다.
한 일식당 종업원은 "전에도 손님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 손님이 부쩍 늘었다"며 "안전한 수산물을 먹을 수 있을 때 하루라도 빨리 먹으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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