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고려항공 여객기, 3년6개월 만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도착
평양서 출발…코로나19로 러시아에 남은 주민 태우고 돌아간 듯
28일 추가 운항 예정…주북 러 대사 "북한 국경개방 신중히 이뤄질 것"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코로나19로 러시아와의 하늘길을 닫았던 북한이 3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25일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 여객기를 보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북한 평양에서 출발한 고려항공 소속 항공기가 오전 11시 14분(현지시간)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앞서 지난 18일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은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 관계자를 인용해 25일과 오는 28일 2차례 북한 고려항공 소속 항공기 운항이 예정돼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 홈페이지 노선표에는 고려항공 소속 항공기 도착 전까지도 비행 일정이 공지되지 않았던 까닭에 이날 실제 비행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 현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해당 항공기는 승객을 태우지 않은 채 평양에서 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날 오전 연해주에 많은 비가 내린 까닭 등으로 인해 해당 항공기는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 인근 상공에서 15∼20분간 선회한 뒤 착륙했다고 한다.
특히 블라디보스토크로 출발하기 전 비행 공지가 없었던 것과 달리, 이날 오후 들어 공항 전광판에는 고려항공 소속 항공기 JS-272편이 오후 1시 15분 평양으로 출발한다는 일정이 나와 있었다.
다만 다른 항공편들과 달리 수속 카운터에 대한 정보는 없었고, 탑승 수속이 완료됐으나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알림 문구도 보였다.
이와 관련해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고려항공 소속 항공기가 이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평양으로 되돌아간다는 사전 공지가 없었음에도, 비행기 도착 당시 이미 공항에서는 다수 승객이 탑승 수속을 밟고 있었다고 전했다.
또 이들 근처에는 경찰관과 가슴에 붉은 깃발 모양의 배지를 단 동양인 남성들이 서 있었다고 했다. 이 배지는 북한 사람들이 외국에 나갈 때 통상 착용하는 인공기 배지로 추정된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 직원들은 이러한 보도 내용을 묻는 연합뉴스 질문에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오후 3시 10분 현재 공항 전광판에서는 고려항공편 정보가 사라진 상태라, 항공기는 평양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현지 한 관계자는 "북한이 코로나19로 국경이 닫혀 러시아에 머물던 주민들을 먼저 귀환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려항공의 평양∼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은 코로나19 이전 북한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유일한 항공편으로, 고려항공 소속 투폴레프(Tu)-204 항공기가 주 2회 해당 노선을 운항했다.
하지만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2020년 2월 이후 이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이후 북한과 러시아 간 항공편 운항 재개 움직임은 작년 하반기부터 포착됐으나, 실제 비행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후 3년 6개월 만인 이날 처음으로 이뤄졌다.
또 북한 고려항공 여객기는 지난 22일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중국 베이징으로 운항을 시작했으며, 이틀 뒤인 24일에도 베이징에 도착해 중국에 머물던 주민들을 귀환시켰다.
중국 민항 당국은 최근 고려항공에 대해 '3월 26일∼10월 28일 매주 화·목·토요일' 평양-베이징 노선 운영을 승인했다.
이처럼 북한이 팬데믹 이후 중단했던 중국·러시아로의 항공기 운항을 재개하자 북한의 국경 개방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는 지난 23일 러시아 매체 인터뷰에서 "북한 지도부는 코로나19로 촉발된 세계적 보건 위기가 완전히 극복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삶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까닭에 국경이 개방된다면 매우 신중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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