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대부' 푸틴?…배후설 힘 싣는 서방 "암살 승인 가능성"

입력 2023-08-25 10:03
수정 2023-08-25 11:46
'조직 대부' 푸틴?…배후설 힘 싣는 서방 "암살 승인 가능성"

"푸틴의 목표물"…美 당국 초기 평가서 '푸틴이 암살 승인한듯' 판단

영국도 '고의 추락' 추정…러 외무 "팩트를 보라"

격추보다는 폭발에 따른 추락에 무게…"푸틴 '대부' 역할 재확인"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러시아의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을 이끌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갑작스러운 사망 배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있다는 '푸틴 배후설'에 갈수록 무게가 실리고 있다.

프리고진이 러시아 군 수뇌부를 겨냥한 무장 반란을 일으킨 지 두 달만인 23일(현지시간) 의문의 비행기 추락으로 목숨을 잃자 무장 반란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보복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비행기 추락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추락의 배후에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알 만큼 충분히 알지 못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러시아에서 푸틴이 배후에 있지 않은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는 이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다"면서 "누가 그런지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당국은 프리고진이 암살됐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프리고진의 비행기 추락 사망이 푸틴 대통령이 승인한 암살일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당국의 초기 평가가 나왔다고 25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익명을 전제로 초기 평가를 논의한 당국자들은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던 중 추락한 비행기가 지대공 미사일이 아닌 기내에 설치된 폭탄에 의해 파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영국 당국은 정확한 비행기 추락 원인은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비행기를 고의로 추락시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현지 당국자가 전했다.

AP 통신은 미국 당국이 초기 정보 평가에서 프리고진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비행기 추락이 의도적인 폭발로 인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초기 평가를 설명한 미국과 서방 당국자 중 한 명은 프리고진이 표적이 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또 이번 폭발이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을 침묵시키려는 푸틴 대통령의 '오랜 역사'와 일치한다고도 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미국과 서방 당국자들을 인용해 아직 확실한 결론에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비행기 추락이 폭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전제로 당국자들은 폭탄이나 기내에 설치된 다른 장치에 의해 폭발이 일어났을 수 있다면서 오염된 연료 등 다른 가능성도 조사 중이라고 했다.

NYT는 추락 당시의 비행 데이터와 영상을 분석한 결과 프리고진의 전용기가 추락하기 몇 분 전에 최소한 한 차례 재앙적인 공중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낙하와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잔해들이 기계적 결함이라기보다는 폭발 또는 비행기의 갑작스러운 파손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지대공 미사일이 프리고진이 탑승한 비행기를 격추했다는 보도에 대해 "부정확하다"고 밝혔다. 다만 암살 시도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비행기가 어떻게, 왜 추락했는지에 대해 더 정보가 없다"고 답했다.

러시아 당국은 추락 사고의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으며 기내 폭탄 설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24일 프리고진의 사망에 대해 "그는 유능한 사업가였지만 힘든 운명을 타고 났고 실수도 했다"며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또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가 이번 사고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고했다"며 "조사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수사관들이 뭐라고 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즉시 조사가 시작됐다"면서 서방 언론 보도가 아닌 '팩트'를 보라고 촉구했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이 보도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학자로 활동 중인 에릭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은 반란 사태의 초기 국면이 "푸틴을 약하게 보이게 했다"면서 "이것(프리고진의 죽음)은 조직의 '대부'(godfather)로서 푸틴의 역할을 다시 분명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틀랜틱카운슬 대니얼 프라이드 선임 연구원은 전날 분석 글에서 프리고진 사망이 마피아 영화 '대부'와 같은 결말을 맞았다고 촌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6월 바그너 그룹 수장 프리고진이 이끈 반란 이후 많은 이들은 푸틴의 반란 당일 맹폭과 그 직후 프리고진에게 겉으로 취한 자세 사이의 괴리로 인해 깜짝 놀랐다"며 "이 미스터리는 풀린 듯 보인다. 대부 시리즈의 장면에 나오듯, 잠시 지연된 복수의 결행으로 프리고진이 탄 비행기는 격추당했고, 프리고진을 포함한 모든 탑승객은 사망했다"고 적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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