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 국회의원에 미리 2억 환매…수천억 횡령도 적발(종합)
금감원, 3대 사모펀드 재검사…"상당 부분 檢통보, 실명 거론 어려워"
횡령액 용처 등 수사 이어질 듯…전 정권 인사 재조준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오지은 기자 = 금융감독원이 대규모 환매 사태를 일으킨 라임 사태 등을 전면 재검사해 국회의원 등 유력 인사에 대한 특혜성 환매 및 수천억원 규모의 횡령 등을 추가 적발했다.
검사 출신 이복현 금감원장이 전 정권에서 '봐주기 의혹'이 불거졌던 3대 펀드 사건을 정조준함에 따라 사태가 새 국면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24일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자산운용 등 3개 운용사에 대한 추가 검사를 실시한 결과 특정 인사를 위한 펀드 돌려막기, 펀드 자금 횡령, 임직원 사익 추구 등 새로운 위법 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펀드 자금이 투자된 회사들에서 횡령·배임 등 부정한 자금 유용도 추가로 밝혀냈다.
금감원은 새로 적발한 내용들을 지난 5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검찰에 통보한 상태다.
금감원은 재검사 실시 배경과 관련해 "언론 등에서 제기한 각종 새로운 의혹을 규명하고 투자자 피해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건별로 살펴보면, 라임 사태와 관련해서는 특정 펀드 수익자를 위한 특혜성 환매와 2천억원대 횡령 혐의 등이 새로 적발됐다.
라임자산운용은 2019년 10월 대규모 환매 중단 선언 직전 다른 펀드 자금과 운용사 고유 자금을 이용해 일부 유력인사들에게 환매를 해줬다.
다선 국회의원 A씨(2억원), B 상장사(50억원), C중앙회(200억원) 등이 환매 중단 직전 투자금을 돌려받았다.
다만 금감원은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특혜성 환매를 받은 다선 국회의원과 관련한 질문에 "어느 당, 누구의 문제인지 실명을 확인해 줄 수는 없다"며 "라임 관련자와 (특혜성 환매를 받은) 피투자자들 간 관계성이 일정 부분 확인된 것은 있다"고 말했다.
라임 펀드 투자처였던 5개 회사에서는 2천억원 규모의 횡령 혐의가 적발됐다.
이들 회사 대표와 임원들은 투자금을 필리핀 소재 리조트를 인수하는 데 쓰거나 개인 계좌로 입금했다. 캄보디아 개발 사업이라는 허위 명목으로 회삿돈을 빼돌리고 허위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실제 계약 내용과의 차액을 편취하기도 했다.
함 부원장은 "횡령 관련 자금이 정상적이지 않은 다른 곳으로 흘러간 것 같다고 검찰에 통보했다"며 "용처와 관련한 부분은 수사의 영역"이라고 부연했다.
향후 검찰에서 횡령액이 어디로 흘러 들어갔는지 수사하는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 의혹 등 정치권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서도 횡령과 부정거래 행위 등이 추가로 적발됐다.
공공기관의 기금운용본부장 D씨는 전체 기금의 약 37%에 달하는 1천6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하면서 옵티머스자산운용으로부터 1천만원을 수수했다. D씨 자녀도 옵티머스자산운용 관계사로부터 급여를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옵티머스 펀드 자금이 투자된 특수목적법인(SPC)에서도 수십억원 규모의 횡령 혐의가 발견됐다. 옵티머스 전 임원들의 펀드 운용 비리 등도 새롭게 드러났다.
역시 부실 운용과 불완전 판매 등으로 논란을 낳았던 디스커버리 펀드에서도 펀드 돌려막기, 임직원들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사적 이익 취득 등이 새롭게 밝혀졌다.
디스커버리 펀드는 2019년 2월 투자처인 해외 SPC 자금 부족으로 만기가 다가온 3개 펀드의 상환이 어렵게 되자 또 다른 해외 SPC에 투자한 펀드 자금으로 '돌려막기'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디스커버리 임직원 4명은 펀드 운용 과정에서 알게 된 부동산개발 인허가 사항 등 직무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4천6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얻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와 관련해 사회적 관심도가 큰 점을 감안해 자본시장법 위반 사항에 대해 제재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수사 통보 사항에 대해서는 검찰과 협조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라임 사태는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며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펀드에 들어있던 주식 가격이 폭락해 환매 중단이 벌어진 사건이다.
2020년에 연달아 터진 옵티머스 사태는 공공기관 및 지방자치단체가 지급을 보증하는 안전한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뒤 사업 실체가 없는 부실기업 사모사채 등에 투자해 수천억 원대의 피해를 낸 것이 골자다.
이들 사건은 막대한 피해 규모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 당시 정권·여권 핵심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번지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작년 취임 일성으로 라임·옵티머스 재조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전 정권 인사들의 개입 의혹까지 다시 들여다보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뒤따랐다.
한편, 금감원은 운용사의 위법 행위 등 새로운 사실관계가 확인됨에 따라 투자자 구제를 위한 분쟁조정도 실시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라임 무역금융 펀드와 옵티머스, 헤리티지 펀드 등 3개 펀드에 대해서만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해 투자 원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른 펀드에 대해서는 판매사 불완전판매 정도에 따라 손해액 40~80% 수준의 손해배상이 결정됐는데, 디스커버리 등 다른 펀드에도 '계약 취소' 법리 적용이 가능한지 등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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