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박물관 도난품 1천500점 넘는 듯…"2년 전 이미 경고"

입력 2023-08-23 02:31
영국박물관 도난품 1천500점 넘는 듯…"2년 전 이미 경고"

경찰 수사 중…관장 사임 압박·그리스 등 유물 반환 요구 커져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박물관에서 1천500점 이상의 소장품이 도난 혹은 손상됐으며, 2년 전에 이미 경고가 있었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영국 텔레그래프지는 한 명이 수년간 1천500점 이상을 절도 혹은 파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도난품 규모가 "2천점에 가깝다"고 말했다고 텔레그래프지가 말했다.

사라진 물품 중엔 기원전 15세기로 거슬러 가는 유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래프지는 영국박물관이 도난품 규모와 세부 내용에 관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텔레그래프지는 내년 7월 퇴임 예정인 하르트비크 피셔 관장을 향한 즉각 사임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BBC는 미술상인 이타이 그라델 박사가 2021년 2월 도난 의심 물품을 온라인에서 봤다고 연락했지만, 영국박물관 측은 모두 확인했다고 답했다고 22일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조너선 윌리엄스 영국박물관 부관장은 그해 7월 그라델 박사에게 보낸 서한에서 철저한 조사를 했고, 소장품은 잘 보호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박물관은 지난주 소장품 실종, 도난 혹은 손상이 보도된 후 직원 한 명을 해고했다고 발표했다.

텔레그래프지에 따르면 그는 30년 이상 근무한 지중해 문화 담당 큐레이터다.

BBC는 영국박물관이 해고된 직원에 관해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고 자체 보안 검토를 시작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그가 절도 용의자로 확인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현재 수사를 하고 있으며 체포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사라진 물품 중 일부는 헐값에 온라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서 팔린 것으로 보도됐다.

2만5천∼5만파운드(4천300만∼8천500만원) 상당의 로마 시대 유물이 40파운드(6만8천원)에 등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 대변인은 "경찰과 긴밀히 연락하며 협조하고 있다"며"우리는 장물 판매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BBC가 전했다.

이번에 사라진 영국박물관 소장품들은 전시되지 않고 주로 연구 목적으로 보관돼있었다.

영국박물관의 2019년 자료에 따르면 소장품은 최소 800만점이고 이 중 약 1%인 8만점만 공개 전시된다.

BBC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리스에서 파르테논 신전 '마블스' 조각상 반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박물관은 2002년에는 전시 중이던 그리스 조각상의 대리석 머리 부분(높이 12㎝)을 도난당한 적이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박물관이 소장품을 한 개 잃어버리면 불운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여러개를 잃으면 제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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