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R&D서 카르텔 없애라"…예산안·제도 대폭 손질
"나눠먹기, 주인 있는 과제 기획, R&D 브로커 걷어내 효율화"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이번에 공개된 주요 연구개발(R&D) 예산 계획안과 제도 혁신안은 '나눠 먹기'와 '주인 있는 과제 기획', 'R&D 브로커' 등을 이른바 'R&D 이권 카르텔'로 규정하고 이를 걷어내 효율화하겠다는 점이 핵심이다.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2024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과 '정부 R&D 제도혁신 방안'은 R&D 분야 비효율을 없애고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와 실력으로 경쟁하는 연구,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함께하는 연구, 인재 양성 등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됐다.
이번 예산안은 지난 6월 과기정통부가 준비했던 예산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공개 지적하면서 전면 재검토됐고, 이번에 제도 혁신안과 함께 공개됐다.
과기정통부는 예산안과 혁신안에서 이전의 낡은 R&D 관행과 비효율을 카르텔로 규정하고, 기존 R&D는 재조정하고 카르텔이 개입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열어 제도 개선안과 예산안에 대해 "그동안 누적돼 왔던 비효율을 과감히 걷어내고 효율화하고 예산과 제도를 혁신해 이권 카르텔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르텔에 대한 예시로 특정 그룹의 나눠먹기식 연구비 타내기, 연구기획 단계에서 기획서에 특정 단어를 넣어 유리하게 만들기 등을 꼽았다.
이를 위해 과제평가에서 카르텔 요인을 타파하기 위한 투명성 강화방안을 만드는 등 R&D 관리를 투명하게 바꾸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방만하게 운영되거나 성과가 저조한 사업들도 카르텔 요소가 있다고 봤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감염병 등 현안을 이유로 예산이 대폭 늘어났다가 줄지 않고 있는 사업이나, 기업 보조금 성격의 나눠주기식 사업, 관행적 사업들을 예산에서 모두 걷어냈다고 과기정통부는 설명했다.
제도적으로는 성과가 저조하거나 낭비적 요소가 있는 사업은 재정집행 점검단을 통해 조정하거나 예산을 삭감하고, R&D 사업평가도 상대평가를 도입하는 등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과정에서 예산이 13.9% 삭감되는 등 진통이 있지만, 이는 R&D를 효율화하고 혁신하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과기정통부는 설명했다.
또 과기정통부는 조만간 현재 진행 중인 R&D 사업들을 조사해 카르텔 요소가 있다면 관련 결과에 따라 처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정부는 카르텔 타파 등을 통해 절약한 예산은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연구와 국가적 과제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내년 주요 R&D예산안에서도 첨단바이오, 인공지능, 사이버보안, 양자, 반도체, 이차전지, 우주 등 7대 핵심분야에는 투자 규모를 4.5~20.1% 확대했다.
다만 아직 카르텔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은 가운데, 과기정통부도 어떤 사업을 명확히 카르텔이라 규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어떤 특정 사업이 카르텔에 해당하는 사업이라는 것이 아니다"며 "어떤 사업을 수행할 때 일부 과제에 대해서 카르텔적인 요소가 있는 과제들이 있을 수가 있다는 것이고 (사업을) 특징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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