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탁신 前 총리, 해외 도피 15년 만에 귀국…사면 여부 주목

입력 2023-08-22 12:14
태국 탁신 前 총리, 해외 도피 15년 만에 귀국…사면 여부 주목

부패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10년형 남아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탁신 친나왓(74) 전 태국 총리가 15년간의 해외 도피 생활 끝에 22일 다시 태국 땅을 밟았다.

타이PBS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탁신은 이날 오전 9시께 방콕 돈므앙 공항에 개인전용기를 타고 도착했다.

감색 정장과 붉은색 넥타이 차림의 탁신은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 등 가족들과 함께 터미널을 빠져나왔다.

먼저 국왕의 초상화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절을 한 후 그는 환영 인파를 바라보며 두손을 모아 인사하고 손을 흔들었다.

처벌을 피해 해외 생활을 해온 도망자의 귀국이라기보다는 금의환향하는 듯한 화려한 귀환이었다.

공항 주변에는 '레드 셔츠'로 불리는 지지자 등 수천 명이 몰렸고, 태국 방송들은 실시간으로 탁신의 귀국 장면을 중계했다.

앞서 경찰은 귀국과 동시에 탁신을 공항에서 체포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탁신은 수갑을 차지 않고 자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는 경찰 조사 이후 법원에서 투옥 명령을 받은 뒤 방콕 짜뚜짝 지역의 끌롱 쁘렘 중앙 교도소로 이송될 것으로 알려졌다.

2001∼2006년 총리를 지낸 탁신은 지난 20여년간 태국을 뒤흔든 정치인이자 가장 논쟁적인 인물 중 한명이다.

통신 재벌 출신인 탁신은 2001년 총선에서 총리 자리에 올랐고, 2005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왕실과 군부 등 기득권 세력과 갈등을 빚던 그가 2006년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가운데 쿠데타가 발생했다.

이후 해외에서 생활하던 그는 2008년 2월 귀국했으나 그해 8월 재판을 앞두고 다시 출국해 망명을 선언했다.

이번 귀국으로 그는 2006년 쿠데타 이후 17년간 이어온 해외 생활을 마치게 됐고, 2008년 이후 15년간의 도피도 막을 내리게 됐다.

그는 각종 혐의로 총 12년 형을 선고받았고,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을 제외하면 10년형이 남아 있다.

탁신이 귀국을 예고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여러 차례 귀국 의사를 밝히고 이를 번복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최근 주로 두바이에서 머물러 온 탁신은 지난 주말 싱가포르로 이동했고, 예고한 대로 이날 귀국했다.

공교롭게도 그가 태국으로 돌아온 이날 오후 의회에서 총리 선출 투표가 이뤄진다.

탁신계 정당인 프아타이당 세타 타위신 후보의 총리 선출이 유력하다.

지난 5월 총선에서 제2당이 된 프아타이당은 제1당 전진당(MFP)이 집권에 실패하자 팔랑쁘라차랏당(PPRP), 루엄타이쌍찻당(RTSC) 등 군부 진영 정당들과 연대해 정부 구성에 나섰다.

탁신은 "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귀국 결정은 정치 상황과는 무관하며 복역할 준비가 됐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그의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귀국 결정에는 군부 세력과 모종의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세간의 관심은 사면 여부에 쏠린다. 모든 수감자는 투옥 첫날 왕실 사면을 청원할 수 있다. 다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2년간은 다시 신청할 수 없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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