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北고체연료 ICBM 논란…"러기술 이전 vs 자체 개발"
MIT 교수 '기술 이전설' 주장에 미들베리 연구팀 반박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러시아가 북한에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이전했을 수 있다는 주장을 놓고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21일(이하 현지시간) 미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제프리 루이스 교수 연구팀은 '화성 18호 분석에 있어 오류'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테오도르 포스톨 교수가 지난 17일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북한 전문매체 '분단을 넘어'에 발표한 보고서를 반박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포스톨 교수는 해당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달 시험 발사한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과 러시아의 토폴-M ICBM의 유사성을 주장한 바 있다.
실제 러시아가 해당 기술을 북한에 제공했을 경우 이는 기존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우려 수준을 넘어설 뿐 아니라 스스로 통과시킨 유엔 안보리 결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인 만큼 만만치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주장이다.
포스톨 교수는 "화성-18형의 물리적 크기와 비행 궤적 자료는 러시아 토폴-M과 거의 똑같다"며 "북한에 고도화한 무기가 갑자기 나타난 상황은 러시아 정부와 그 과학자들의 협력 없이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수년간 보여준 액체연료 추진 ICBM과 달리 고체연료 ICBM은 수평 엔진 시험 후 겨우 몇개월 만에 갑자기 출현했다"고도 했다.
북한은 지난달 12일 고체연료 추진 ICBM 화성-18형을 쏘아 올린 뒤 동해상 공역에 떨어뜨린 바 있다.
이 미사일은 정각 발사 시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액체연료 미사일과 달리 발사 직전에 연료를 주입할 필요가 없어 기습이 쉽고 선제타격 회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루이스 교수는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공개된 정보에 기반할 때 화성-18형과 토폴-M은 많은 차이점을 보인다"며 "포스톨은 단 분리 지점을 잘못 배치했고, 화성-18형의 1단과 3단은 토폴-M보다 길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기가 미사일 바닥을 가려서 볼 수 있는 미사일 부분만 잘못 측정한 것"이라며 "포스톨은 뚜렷한 바둑판 무늬가 있는 전체 3단 길이를 분리 후 이미지로 추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도 했다.
루이스 교수는 포스톨 교수의 주장이 나온 직후에도 트윗을 통해 "두 개의 미사일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같은 것은 아니다"라며 "유도 시스템은 러시아가 아닌 중국 것일 수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문가들도 일단 루이스 교수의 의견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전했다.
국무부 비확산 고위 당국자 출신 밴 반 디펜은 이와 관련해 38노스에 "화성-18은 러시아의 ICBM이 아니며, 러시아가 핵심 기술을 이전했을 가능성도 매우 낮다"면서 "북한이 독자적으로 개발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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