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KSTAR 나와야 과학기술 선진국과 협력 유지 가능"
한인 과학자들, EKC 2023 거대 연구시설 세션서 제언
노도영 IBS 원장 "기초과학도 속도전…신뢰 바탕으로 성과 끌어올려야"
(서울·뮌헨=연합뉴스) 조승한 기자·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 한국이 과학기술 선진국과 글로벌 협력을 유지하려면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같은 거대 인프라를 확충해 연구개발(R&D) 역량과 국제적 위상을 키워야 한다는 연구자들의 제언이 나왔다.
김범석 서울과학기술대 기계·자동차공학과 교수는 17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한국-유럽 과학기술학술대회(EKC 2023)' 거대 연구시설 세션에서 "KSTAR 덕분에 국제적 핵융합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에 합류할 수 있었다"며 이런 사례가 더 많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나오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STAR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도록 1억도 이상 초고온 플라스마(고체·액체·기체를 넘어선 제4의 상태)를 만들고 이를 초전도 자석이 만드는 자기장을 이용해 가두는 핵융합 장치다. 2021년 세계 처음으로 1억도 운전 30초를 달성해 핵융합로 세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출신인 김 교수는 한국이 1995년 KSTAR 개발을 시작해 기술력을 쌓아온 덕분에 7개국만 참여한 ITER에 참여할 수 있었다며 "제2, 제3의 KSTAR"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증 단계에서도 ITER처럼 국제공동 프로젝트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또 다른 거대 인프라인 실증시설을 독자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다른 한인 과학자들도 한국이 거대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U 4세대 방사광가속기 '유럽 엑스선자유전자레이저(XFEL)' 연구소 김찬 박사는 "방사선가속기는 다양한 나라에서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에 국제 공동연구와 협력 유치를 위해 반드시 확충해야 하는 인프라"라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한국의 포항 가속기는 유럽 XFEL보다 빔 세기는 약하지만, 안정성은 높아 두 가속기로 교차연구를 하는 수요가 있다고 김 박사는 설명했다.
노도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은 "라온(RAON·한국형 초전도 중입자가속기)'과 같은 거대 연구시설은 자연스레 글로벌 인프라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며 "다른 나라에 시설을 빌려주느냐, 아니면 빌려 쓰느냐의 차이가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을 가른다"고 말했다.
단군 이래 최대 기초과학 프로젝트로 불리는 라온은 내년 하반기 중 정식 가동될 전망이다.
한편 노 원장은 이날 공동취재단과 인터뷰에서 "기초과학도 이제는 속도전"이라며 한국도 신뢰를 바탕으로 성과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독일 연구소들은 연구자 창업과 기술이전에 대한 경험이 많고 이를 장려하는 문화가 있지만 이해 충돌 부분에 아무런 장치를 마련해두지 않았더라고 소개하며 "이들은 연구자가 개인의 사익을 위해 공적 자원을 쓰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학은 과학자들에게 맡긴다'는 독일 기초과학 연구기관 막스플랑크의 표어를 인용하며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청렴도가 이미 10년 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올라갔기 때문에 과감하게 우리도 (막스플랑크 식의) 시도를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shj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