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빼고 튀르키예·카타르와 새 곡물협정 체결 협상"
英 텔레그래프 보도…"친러시아 성향 헝가리가 중재 역할"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가 튀르키예, 카타르 등과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새로운 곡물 수출 협정 체결을 추진 중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헝가리 독립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이날 부다페스트를 방문한 러시아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 수장 루스탐 민니하노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현지에서 튀르키예, 카타르 측과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전 개시 이후 유럽연합(EU) 회원국을 방문한 최고위 러시아 관리인 민니하노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해 미국의 제재를 받았지만, EU 제재 대상엔 오르지 않았다.
러시아는 주로 아프리카 국가들로 자국 곡물을 수출하기 위한 새로운 협정에서 튀르키예를 화물선 운영국으로, 카타르를 금융 보증국으로 이용하려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독일 일간 빌트지도 지난 18일 헝가리를 방문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군주가 푸틴의 특사 역할을 하는 민니하노프 수장과 새로운 곡물 협정에 서명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7월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전쟁 중에도 흑해를 통한 양국 곡물 수출을 보장한 협정을 체결했으나, 러시아는 협정의 자국 관련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지난달 17일 협정에서 탈퇴했다.
이후 러시아는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행 화물선의 운항 안전 보장 약속을 철회하고 오데사를 포함한 흑해 연안 우크라이나 항만들을 대대적으로 공습해 오고 있다. 우크라이나도 이에 맞서 러시아 항만을 공격하며 흑해를 둘러싼 교전이 격화했다.
러시아가 추진하는 새로운 곡물 협정은 EU 회원국임에도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헝가리가 중재하고 있다.
극우 성향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EU가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할 때마다 앞장서 제동을 걸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헝가리는 서방의 대러 제재에도 여전히 러시아 가스를 구매하고 있으며 헝가리 기업들은 서방 기업들이 떠난 러시아에서 사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헝가리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응징하려는 서방의 제재 대오에서 약한 고리로 여겨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을 제외한 모든 곡물 협정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에서 더 많은 곡물을 훔치도록 부추길 것이라며 강한 반대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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