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 인공기와 성조기…탈북작가 선무 "북미 매듭 풀어야"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독일 베를린 옛 양조장에 자리한 기획전시공간 마인블라우에 커다란 인공기와 성조기가 매듭지어 내걸렸다.
탈북작가 선무(線無)가 19일(현지시간)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여는 개인전 '나는 선무다-북과 마주하다'의 일부로서다.
북한에서 태어나 1998년 두만강을 건너 중국, 라오스를 거쳐 2002년 남한에 정착한 탈북작가 선무는 북한에 남겨진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선이 없다'는 뜻과 동시에 경계없음·무한을 내포하는 작가명을 선택하고, 대외적으로 철저히 실명과 얼굴을 숨긴 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인공기와 성조기를 매듭지었는데, 제일 중요한 북미 관계가 잘 풀리면 남북 관계도 잘될 것이라고 보고, 저 매듭이 풀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작품을 설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개인전에서 그는 전시 전 베를린에서 머물면서 그린 작품 '나의 풍경' 등 3점을 비롯해 모두 70여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그동안 서울은 물론 뮌헨, 로스앤젤레스, 베이징 등지에서 작품을 선보여왔지만, 이번 베를린에서 연 전시에서는 북한 선전문구(슬로건)를 배치해 한층 더 프로파간다 회화의 시각언어를 전면 활용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베른하르트 드라즈 마인블루 큐레이터는 "선무는 프로파간다 회화의 시각언어를 활용해 비판적 미학으로 발전시켰으며, 종종 반어, 유머, 상징주의를 사용해 북한의 전체주의뿐 아니라 자본주의와 서양의 가치로 지배되는 세계의 안일함에 대한 비판을 표현한다"고 말했다.
전시 관람객은 2개 층으로 구성된 전시장에서 2층으로 이동할 때 "누구를 위한 이념인가",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등의 선전문구를 밟고 이동하게 된다.
이번 전시기획을 지원한 아트5 유재현 공동대표는 "이데올로기가 없어져야지 우리가 자유롭게 상상하고 살 수 있다는 상징적 의미에서 이념을 우리가 밟아서 없애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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