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미국·중국발 불확실성…'상저하고' 전망 유지될까
中부동산 위기로 대중 수출 위축 우려…美고금리 장기화 가능성도
낮아진 대중수출 의존도·견고한 미국 소비는 불확실성 상쇄 요인
(세종=연합뉴스) 이준서 민경락 기자 = 중국 부동산 업계의 디폴트 위기와 미국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등 미·중발(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크다.
대외 불확실성이 수출 감소 등 악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낮아진 대중 수출 의존도와 미국의 소비 활황 등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中내수 위축→대중수출 감소' 우려…글로벌 경기 활력 떨어질 수도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터져 나온 중국 부동산 업계의 디폴트 사태가 국내 실물경제에 전이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부동산개발업계의 위기로 최근 중국 내수는 급격히 얼어붙는 분위기다. 지난달 중국의 소매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2.5% 늘어 시장 전망치(4.5% 증가)를 크게 밑돌았다. 중국의 부동산 부문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차지하는 주요 산업 중 하나다.
정부는 중국 내수 위축이 대중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중 수출 규모는 감소세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 수출액의 20%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국이다.
쪼그라든 중국인들의 소비 심리가 최근 재개된 중국인 단체관광의 경제적 효과를 반감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중국 경기 침체에 따른 글로벌 경기 위축 가능성도 한국 경제의 중장기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경제 규모가 큰 중국의 경기 침체 영향은 미국·유럽 등으로 퍼져나가는 형국이다. 독일 경제는 지난해 4분기 전 분기 대비 -0.4% 역성장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0.1% 뒷걸음질 쳤다. 높은 대중 수출 의존도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부동산 위기를 빌미로 중국 당국의 개입이 본격화하면 시장의 자율성이 훼손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의 활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중국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환율은 불안 심리가 반영돼 상승하고 있지만 수출은 나중에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소비·고용지표 호조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한국 경제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역대급 한미 금리차에 아직 큰 시장 동요는 없지만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한국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 "국내 실물경제 영향 제한적…대중 수출의존도 낮아져"
다만 중국 전문가들이나 학계에서는 실물 경제 측면에서 중국 부동산 업계 위기가 한국 경제에 미칠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의 대중 수출액 비중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후 이미 많이 줄어든 상태다. 전체 대중 수출은 지난해 6월부터 감소세를 거듭하면서 중국은 지난 1월 같은 달 기준 최대 무역 적자국에 이름을 올렸다.
소비재보다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다는 점도 중국 내수 위축의 충격을 줄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20년 2월 발간한 '우리 경제의 중국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서 중국 내수가 1% 감소해도 한국 GDP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보고서는 대중국 수출품에서 부품·반제품 등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79.6%)이 소비재(3.4%)보다 커 중국 내수 위축의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 정부 "아직 영향 예단 어려워"…경기 활력 살리기 고심
최대 소비재 수출국인 미국의 경기 호조세가 대중 수출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미국의 7월 소매 판매는 최근 6개월 새 가장 큰 폭(전월비 0.7%)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대미 소비재 수출액은 172억달러로 수출국 중 최대였다.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업계가 중국 리스크에 민감할 수 있지만 반도체는 특정 지역의 경기보다는 업계의 사이클 영향이 큰 만큼 달리 봐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정부는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악재를 상쇄하는 요인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일단 '상저하고'의 경기 전망은 유지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6년 5개월 만에 재개된 중국인 관광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대책을 마련하는 등 경기 활력의 불씨 살리기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향후 사태 전개와 중국 당국 대응 등에 따라 상황이 가변적인 만큼 직·간접적 영향을 아직 예단하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말했다.
roc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