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누락 사태 LH단지 20곳서 18일만에 계약 해지 47건
뒤늦게 공개된 5개 단지서 일주일새 12건 해지 신청 접수돼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철근보강 공사가 하루 이틀이면 끝난다고 하는데 믿어도 될지 고민입니다. 이러다 자고 일어났는데 무너지면 LH는 나 몰라라 하지 않을까요." (인천가정2 A1 예비입주자)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LH 발주 아파트 단지 중 철근 누락 등 문제가 발견된 단지 20곳이 발표된 가운데 해당 단지 입주자와 예비 입주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LH는 철저한 보강 공사를 통해 안전에 우려가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전수조사 결과 발표에서 빠진 철근 누락 단지 5곳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불안한 마음에 계약을 해지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20일 LH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철근 누락 단지 20곳에서 접수된 계약 해지 신청 건수는 47건으로 집계됐다. 계약 해지는 모두 임대주택에서 나왔다.
LH는 지난달 31일 1차로 철근누락 15개 단지 목록을 발표했다. 이후 지난 11일 전수조사에서 '누락 정도가 경미하다'는 이유로 발표하지 않은 5개 단지를 추가로 공개했다.
20개 단지의 총가구 수는 1만8천150가구다. 이중 분양은 4천336가구, 임대는 1만3천814가구다.
20개 단지 중 가장 많은 계약 해지 신청이 들어온 곳은 오산세교2 A6(10건)였다.
임대주택 863가구로 이뤄진 이 단지는 올해 3월 준공돼 이달 말 입주를 앞두고 있다. 단지 내 지하주차장 무량판 부분 기둥 90곳 중 75곳에서 설계 오류로 철근이 누락됐다.
인천가정2 A1(공사 중·임대 510가구)과 평택소사벌 A7(준공 후 입주 전·임대 350가구)에서도 각각 6건의 계약 해지 신청이 들어왔다.
공주월송 A4(입주 완료·임대 820가구)와 남양뉴타운 B10(입주 완료·임대 1천778가구)에서는 각각 5가구가 계약 해지를 신청했다.
또 파주운정3 A34(입주 완료·임대 1천448가구) 3건, 양산사송 A8(공사 중·임대 808가구) 3건, 아산탕정2 A14(입주 완료·임대 1천139가구) 2건, 양주회천 A15(공사 중·임대 880가구) 2건이었다.
남양주별내 A25(입주 완료·분양 252가구·임대 128가구), 음성금석 A2(입주 완료·임대 500가구), 파주운정3 A37(입주 완료·임대 1천810가구), 내포신도시 RH11(입주 중·임대 822가구), 광주선운2 A2(공사 중·임대 606가구) 등 5개 단지에서는 1건씩 계약 해지 신청이 접수됐다.
특히 전체 계약 해지 47건 중 12건은 지난 11일 추가로 철근 누락 사실이 공개된 5개 단지에서 나왔다.
2차로 공개된 단지는 남양뉴타운 B10, 평택소사벌A7, 파주운정3 A37, 고양장항A4, 익산평화 등이다.
LH는 당시 이들 단지에서 누락된 철근은 5개 미만으로 누락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해 1차 발표에서 제외했으나, 오히려 전체 계약 해지 건수의 4분의 1가량이 추가 공개된 단지에서 발생한 것이다.
입주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추가로 철근 누락이 발표된 단지를 중심으로 "신청했는데 철근 누락 기사가 떠 속상하다", "당첨돼도 입주할지 고민이다" 등 불안함을 토로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LH 관계자는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통상 입주자와 입주예정자의 여러 가지 사유로 계약 해지가 발생하고 있어 해당 단지 계약 해지가 철근 누락으로 인한 부분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LH는 철근 누락 문제가 제기된 LH 발주 아파트 입주민과 입주예정자에 대한 보상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계약 해지권 부여, 계약 해지 위약금 면제, 다른 임대주택 입주 시 감점 면제, 인근 임대주택 우선 입주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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