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참사 하와이, 땅 투기꾼 기승에 '부동산 거래중단' 추진
피해 주민에 "땅, 집 팔라" 접근 늘자 강경책 꺼내 들어
재난당국 "사이렌 안 켠 것은 쓰나미 경보로 오해해 산으로 피신할까봐" 해명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1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하와이 산불 참사를 기회 삼아 현지의 땅이나 집을 사들이려는 투기꾼들이 기승을 부리자 현지 당국이 부동산 거래 중단을 추진하기로 했다.
16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하와이주 법무장관에게 최대 피해지인 마우이섬 라하이나 일대의 토지 거래를 중단시키기 위한 절차에 착수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린 주지사는 "이러한 조처에 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지만 내 의도는 시종일관 누구도 토지 수탈로 인한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사람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은 상태다. 부디 땅을 사겠다는 제안을 들고 그들에게 접근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가족에게도 거래를 받아들이면 훨씬 형편이 나아질 것이라며 접근하지 말라. 왜냐면 우리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극심한 가뭄과 강풍 속에 이달 8일 산불이 발생해 급격히 퍼져 라하이나 일대에선 최소 2천200여채의 구조물이 파괴되거나 손상됐다. 이 중 80% 이상이 주거용 건물로 알려졌다.
이에 현지에선 재건 과정에서 부동산 개발 붐이 일어 현지 주민이 쫓겨나고 부유한 외지인들이 도시를 차지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린 주지사는 18일까지 부동산 거래 중단 조처와 관련한 세부 사항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면서 "주민들이 이 땅을 계속 갖고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산불 참사로 사망한 사실이 확인된 희생자의 수는 111명으로 늘어났다. 이 중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9명에 불과하다고 현지 경찰은 전했다.
미국 CBS 방송은 라하이나의 산불이 85%가량 진압됐으나 아직도 마우이섬 곳곳에서 불길이 꺼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화마를 피한 라하이나 일부 학교에선 수업이 재개됐고 주요 도로의 통행도 재개된 상황이다.
화재로 파괴된 학교 학생들도 몇주 안에 다른 학교에서 수업받게 될 예정이다.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마우이섬 현지에 첫 재난복구센터를 개소했다.
디엔 크리스웰 FEMA 청장은 "이건 중요한 첫걸음"이라면서 "내주에는 이번 주말 하와이를 찾을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함께 피해 현장을 돌아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마우이 재난 당국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산불이 라하이나 등지를 덮쳤을 당시 경보 사이렌이 울리지 않아 논란이 된 데 대해 "예기치 않은 혼란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마우이 비상관리국(EMA) 수장인 헤르만 안다야는 "우리는 사람들이 산 쪽으로 피신할 것을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와이 일대의 경보 사이렌은 쓰나미 대비용으로 구축된 까닭에 해변 인근에 밀집해 있다고 설명하고, "만약 그렇게 (산 쪽으로 피신을) 한다면 사람들이 불 속으로 들어가게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마우이 비상경보 체계를 설명하는 홈페이지에는 해당 사이렌이 화재 시에도 사용된다고 명시된 까닭에 이런 해명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당국은 1918년 미네소타 산불 이래 최대 피해를 낸 이번 산불의 원인을 찾기 위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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