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네루 박물관'→'총리 박물관'으로 명칭 바꿔…야권 반발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인도 정부가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 이름을 딴 박물관 및 도서관 이름을 최근 변경한 것을 두고 야권이 반발하자 여권이 반박하는 등 정치권에서 공방이 빚어졌다.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측은 네루의 업적을 감안해 변경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측은 모든 총리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17일(현지시간) 일간 더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 정부는 지난 14일 수도 뉴델리에 위치한 '네루 기념 박물관 및 도서관'(NMML·Nehru Memorial Museum and Library Society)을 '총리 박물관 및 도서관'(Prime Ministers' Museum and Liberary Society)로 공식적으로 변경했다.
네루 총리는 1947년 8월 독립 직후부터 1964년 5월까지 약 17년간 초대 총리를 지내면서 인도공화국의 기초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그의 딸 인디라 간디와 외손자 라지브 간디도 총리에 올랐다. 외증손자 라훌 간디는 INC 전 총재로 현재 야권의 핵심 지도자로 불린다.
명칭 변경에 대해 자이람 라메시 INC 사무총장은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모디 총리는 첫번째이면서 가장 오래 재임한 총리(네루를 지칭) 이야기만 나오면 큰 두려움과 강박 관념, 불안을 갖는다"면서 "그는 네루와 그의 (정치적) 유산을 부인하고 왜곡하며 욕보이고 파괴하는 단일 의제를 지녀왔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그(모디 총리)는 (명칭에서) 'N'을 지우고 대신에 'P'를 넣었다"며 "그 'P'자는 실제로는 사소함과 약올림을 의미한다"고 비꼬았다.
이에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의 INC 지도자인 아쇼크 차반은 네루 기념 박물관 및 도서관 명칭이 정치권 변화에 따라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정 정치세력이 집권한다고 해서 그 '입맛'에 따라 명칭을 바꿔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BJP 지도자이자 연방정부 장관을 지낸 라비 샨카르 프라사드는 INC는 네루-간디 가문 띄우는 데만 집중하는 반면 모디 총리는 모든 총리들에게 존경스러운 자리가 주어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INC 지도자들의 비판은 "궁중 신하들의 탄식"일 뿐이라고 빗댔다.
'네루-간디' 가문에서 '간디'는 인도 건국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디라와 결혼한 페로제 간디의 이름에서 나온 것이다. 페로제도 인도 독립운동에 가담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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