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기후의 '역습'…개도국 경제타격에 세계경제 연착륙도 위협
엘니뇨·홍수·폭염 등 빈발…과거와 달리 단기 거시경제에 영향
유럽중앙은행, 섭씨 1도 상승하면 세계 식량가격 12개월간 6% 상승 추산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지난 몇 년간홍수, 폭염, 산불 등 극한 기후가 빈발해지면서 개발도상국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세계 경제권의 연착륙 기대도 위협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과학자들은 비정상적으로 강한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올해 가을과 겨울 기온이 섭씨 1.5도가량 높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유럽중앙은행은 엘니뇨로 인해 섭씨 1도가 올라가면 전 세계 식량 가격이 12개월 동안 6% 상승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엘니뇨는 적도 지역 태평양 동쪽의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동안 이런 현상이 나타날 때마다 지구 곳곳에서 폭염과 홍수, 가뭄,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가 일어났는데, 갈수록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엘니뇨와 관련한 최근 상황이 연착륙 희망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심각한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농산물 등 식품 가격이 뛰고 경제 활동이 둔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국의 연착륙 시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착륙은 고용시장 붕괴 등 경기 침체를 피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극복하는 것을 말하며 미국 등 각국 중앙은행은 최근 금리 변경 등 통화 정책을 통해 경제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날씨 자체가 미국을 경기 침체로 빠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경제가 자연의 변덕에 덜 민감했던 여러 세기를 거친 후 이제 날씨가 인플레이션과 성장에 중요하고 예상치 못할 변수로 재등장했다"고 짚었다.
그간 경제학자들은 기후의 단기적 영향에 관해 관심을 덜 기울였다. 날씨에 민감한 농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자연재해가 거시 경제 데이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유엔(UN) 산하 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 간 패널은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폭염과 가뭄이 더 빈발해질 것이고 해수면 상승 문제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랜 자연현상이었던 엘니뇨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더 강해지고 자주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제 날씨가 단기적으로 거시 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인 셈이다.
특히 이런 기후 변화는 개발도상국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
개도국에서는 선진국보다 더 많은 사람이 농장에서 일하는 데다 식량과 에너지에 더 많은 예산을 써야 하고 정부 지원과 인프라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파키스탄이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몬순 우기 때 이례적으로 심한 폭우와 함께 고산 지대에서 빙하 녹은 물까지 겹치면서 대홍수를 겪었다.
이 재해로 인해 1천700여명이 숨졌고 국토의 3분의 1 이상이 물에 잠겼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8.5%에 달하는 손실도 발생했다.
앞서 2021년 국제통화기금(IMF)은 주요 기상 재해로 인해 각국의 1인당 국내 총생산이 평균 1.2%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개도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선진국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에 따르면 미국은 2016년 이후 매년 평균 17차례나 최소 10억달러(약 1조3천4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재난을 겪었다.
그에 앞선 25년간 미국에서는 비슷한 규모의 재난이 연간 6차례 발생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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