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악화한 경제지표 발표 직후 시진핑의 "인내해야" 발언 강조

입력 2023-08-17 11:10
中, 악화한 경제지표 발표 직후 시진핑의 "인내해야" 발언 강조

7월 지표 발표 몇시간 후 공산당 이론지 '추스' 시진핑 2월 연설 실어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는 "소비 촉진 위한 현금 지급은 부적절" 주장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지난 15일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한 경제 지표를 발표한 직후 공산당이 장기적으로 인내를 강조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을 출간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는 15일 발간된 최신호에서 지난 2월 7일 열린 공산당 고위 간부 회의에서 시 주석이 한 연설을 공개했다.

해당 연설은 중국이 실망스러운 7월 경제 지표를 발표한 지 몇시간 만에 공개됐다.

이에 중국 경제 둔화에 따른 안팎의 실망감과 우려에 대한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추스는 시 주석이 중국과 같은 크기의 대국이 현대화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강조하고 중국의 독특한 발전 모델이 여전히 최선의 희망임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인내와 끈기, 회복력을 촉구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해당 연설에서 대중에게 장기적 안목을 견지하고 집중하며 발전과 안정 사이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인구의 크기, 도농 간 큰 발전 격차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며 "우리는 비현실적으로 지나친 이상만 추구해서도 안되고 단순히 낡은 길을 따라가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적 관점에서 인내심을 가져야 하며 꾸준히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면서 자신의 주요 정책인 '공동부유'와 녹색경제, 사회주의 가치 수호가 중국 발전의 주춧돌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일부 국가들이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 선진국 도약에 실패했다면서 "그 이유 중 하나는 사회적 양극화와 계층화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동부유'가 장기적 과제이자 중국의 현대화의 핵심이라며 끈질기게 이행하고 지속적인 진전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서방의 현대화는 자본가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전쟁, 노예제, 식민지화, 착취"로 특징지어진다고 비판했다.

시 주석은 "초대형 인구는 충분한 인력과 초대형 내수 시장을 제공할 수 있지만 일련의 어려움과 도전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4억 인구를 먹여 살리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도전"이라며 "그다음으로 고용, 부의 분배, 교육, 의료, 주택, 노인 돌봄, 아이 돌봄 같은 문제들이 있다. 모두 해결하기가 쉽지 않고 모두 천문학적 숫자의 사람과 관련된다"고 말했다.

해당 연설은 시 주석이 지난해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하고 지난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집권 3기를 공식 출범시키기 전에 한 것이다.

추스는 지도자들의 내부 연설을 몇개월 후 발간해왔다.



SCMP는 "중국 경제 둔화가 심화하자 공산당 기관지가 해당 연설을 실었다"며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들은 중국의 침체에 대한 우려를 촉발했고 이런 상황에 대해 분석가들은 금리 인하 같은 조치로는 반전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중국은 15일 경제 지표 발표와 함께 깜짝 금리 인하도 발표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몇주간 홍수로 큰 피해가 발생했고 저출산에 따른 인구 위기 문제도 불거지면서 중국 경제에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원의 알프레드 우 교수는 추스에 실린 글은 신뢰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SCMP에 "경제 위기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공산당은 시 주석이 설정한 목표가 현실적이고 중국의 길은 독특하며 서방보다 낫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확신시키고자 장밋빛 그림을 그리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한편 추스와 별개로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는 전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중국의 사정에 적합하지 않고 귀중한 재원의 비효율적 사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글을 실었다고 홍콩 명보가 전했다.

앞서 중국의 저명 경제학자들은 감세 등 간접적인 지원책으로는 경제 활성화를 꾀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 피해 주민 구제를 위해 현금을 지급할 것을 여러 차례 건의했으나 당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블룸버그 통신도 중국 경제 악화에 그동안 중국 당국이 피하고자 했던 부동산업계 부양책 및 소비자들을 위한 현금성 지원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학습시보는 소비 촉진을 위해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당국에 막대한 금전적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소비습관과 소비구조, 소비의욕 등도 그 효과를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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