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의장, 10월 정부 '셧다운' 피하고자 임시예산안 제안
12월까지 기존 예산 유지하며 11개 세출법안 처리할 시간 확보
민주당도 긍정적…'대폭 삭감' 요구하는 공화 강경파는 반대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의회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기한 내에 처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임시방편으로 수개월짜리 임시예산안(CR: continuing resolution)을 처리할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
미국 정부 예산은 매년 의회가 처리하는 12개의 세출법안을 통해 결정되는데 2024 회계연도가 10월 1일에 시작하기 때문에 9월 말까지는 법안을 모두 처리해야 한다.
아니면 당장 10월부터 공무원에게 월급을 줄 돈이 없어 필수 기능을 제외한 여러 정부 업무가 중단되는 '셧다운'을 맞게 된다.
그러나 의회는 8월 휴회에 들어가기 전 12개 중 단 1개의 세출법안을 처리하는 데 그쳤다.
따라서 의회가 9월에 복귀하면 남은 세출법안을 가장 우선으로 처리해야 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의 입장차가 커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큰 틀에서 보면 예산 총액에 대한 이견이 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지난 6월 부채 한도 협상을 타결하면서 2024, 2025 회계연도 비(非)국방 지출을 2023 회계연도 수준으로 동결하는 상한을 설정했다.
그러나 하원의 공화당 강경파가 정부 지출을 부채 한도 합의에 명시한 상한보다 더 줄이려고 하고, 특히 민주당이 중요하게 여기는 예산을 표적으로 삼고 있어 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매카시 의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하원 공화당 의원을 대상으로 한 콘퍼런스콜에서 수개월짜리 임시예산안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AP통신과 정치매체 더힐 등이 보도했다.
임시예산안은 의회가 세출법안을 처리할 시간을 벌기 위해 당분간 전년도 수준에서 예산을 계속 집행하는 것으로 이번 임시예산안은 12월까지 필요한 예산을 담고 그 이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매카시 의장은 설명했다.
매카시 의장은 상원의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와 이 같은 임시예산안을 처리하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슈머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에게 "매카시 의장이 우리에게 임시예산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 건 긍정적이라 생각한다"며 "어떤 세출법안도 여야 합의로 해야지 아니면 정부를 셧다운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하원 공화당이 깨닫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이지만 상원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매카시 의장이 원하는 법안을 상원에서도 통과시키려면 민주당과 합의가 필요하다.
의회는 작년에도 새 회계연도 직전인 9월 30일에 임시예산안을 처리하는 등 과거에도 종종 임시예산안을 통해 협상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공화당 내에도 이견이 있어 임시예산안 처리에 진통이 예상된다.
매카시 의장이 당내 리더십을 유지하려면 하원 공화당 다수가 임시예산안을 지지해야 하지만 프리덤 코커스 등 당내 강경파는 셧다운 위험을 지렛대 삼아 더 큰 지출 삭감을 압박하고 있으며 임시예산안에 반대하는 기류다.
강경파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법무부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으며, 바이든 행정부가 이민 정책을 수정하지 않으면 주무 부처인 국토안보부 예산안 처리를 막겠다는 입장으로 이를 관철하기 위해 셧다운까지 무릅쓸 기세다.
올리비아 돌튼 백악관 부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런 상황에 대해 "정부 셧다운을 맞거나 의회 공화당이 우리를 그 지점까지 끌고 갈 어떤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lue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