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금융 디폴트 우려 고조…신탁회사 중룽, 수십건 연체
알려진 것보다 위기 커…"단기 유동성 고갈 상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알리안츠 등 비구이위안 달러채권 보유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몰린 가운데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식탁회사인 중룽(中融)국제신탁의 자금 상황도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현지시간) 여러 소식통을 인용, 중룽국제신탁 이사회 서기인 왕창이 이번 주 초 회의에서 투자자들에게 지난 8일 만기가 된 여러 상품에 대해 현금 지급을 하지 못했으며 지난 달 하순 이후 10개 이상의 상품에 대한 지급도 이미 연기된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 중 한 명은 적어도 30개의 상품에 대한 지급이 연체됐으며 중룽 측은 일부 단기 상품에 대한 상환도 보류했다고 덧붙였다.
중룽국제신탁은 부유층과 기업 고객의 저축을 모아 부동산, 주식, 채권 상품에 투자하는 회사로 2조9천억달러(약 3천880조원) 규모의 중국 신탁산업에서 큰 회사 중 하나로 여겨진다.
데이터 제공업체 유즈 트러스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만기가 되는 270개의 고수익 상품(395억위안·약 7조2천억원 규모)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지급 연기 사태는 이 회사의 2대 주주인 자산관리회사 중즈(中植)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중룽국제신탁의 연체 증가는 1천380억달러(약 184조원)의 자산을 관리하는 중즈그룹의 위기가 깊다는 신호"라며 "악전고투 중인 중국 그림자 은행의 어려움이 알려진 것보다 깊다는 점을 드러낸다"고 밝혔다.
앞서 중룽국제신탁이 만기 상품의 현금 지급을 연기한 회사는 중국 상하이증시 상장사인 진보(金博)홀딩스·난두(南都)물업, 셴헝(咸亨)인터내셔널 등 3개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규모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그림자 금융시스템은 전통적인 은행과 달리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 비(非)은행 금융기관들을 가리킨다.
은행 규제 당국은 중즈그룹의 위험도를 조사하는 등 중국 당국도 이미 태스크포스를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왕 서기는 "회사는 단기 유동성이 갑자기 고갈됐기 때문에 당장 지급을 충당할 계획이 없다"며 투자자로부터 '질문의 쓰나미'에 직면한 상태라고 말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다만, 왕 서기는 중룽국제신탁이 모든 상품에 대한 지급을 중단했다는 온라인 루머는 부인했다.
그는 "유동성이 예기치 않게 고갈됐는데 기초 자산 대부분은 장기적이고 유동화할 수 없기에 단기 채무를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룽은 디폴트로 인한 여파를 제한하고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는 현재 중룽신탁 외에도 중신(中信), 중성(中誠), 우광(五鑛)신탁, 광다(光大)신탁 등 주요 신탁회사들도 지난해 말부터 원금·이자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가운데 중국 금융권에서는 상당수 신탁회사가 긴급 대응에 들어갔다는 소문도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위기는 비구이위안의 채무불이행 우려가 고조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비구이위안의 총부채는 1조4천억 위안(약 255조원)에 이른다.
지난 14일 기준으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3억5천850만달러(약 4천800억원)의 비구이위안 달러 채권을 보유하고 있고, 알리안츠의 채권 규모도 3억100만달러(약 4천150억원)에 달한다.
또 피델리티인터내셔널, HSBC홀딩스, 나인티원UK, 아폴로자산운용, JP모건체이스 등도 비구이위안의 채권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