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과학도 중국과 디커플링…바이오·청정에너지·통신엔 타격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장 등 10명, 국무부에 협정 종료 요구
미국 기반 통신 연구 33%가 중국과 협력…중국선 협력사례 10%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이어지는 가운데 40여년간 존속돼온 과학기술 협력 창구가 차단될 위기에 놓였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장인 마이크 갤러거 의원 등 공화당 의원 10명은 지난 6월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미·중 과학기술협정 종료를 촉구했다.
미·중 과학기술협정은 양국 수교 직후인 1979년 체결된 것으로, 지난 40여년 동안 5년마다 갱신되며 유지돼왔다.
갤러거 의원 등은 서한에서 이 협정을 통해 미국이 중국의 군 현대화를 돕고 있다며 "미국은 스스로를 파괴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지난 수십년간 미국의 협력을 등에 업고 엄청난 과학 발전을 이룩했고, 당장 연구 협력을 중단하지 않으면 중국이 안보적·군사적 이익을 얻게 될 수도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미국의 과학자들은 실제 연구 협력을 차단할 경우 생명공학과 청정에너지, 통신 등 핵심 분야 발전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 오하이오주립대 공공정책학 교수 캐롤라인 바그너가 데이터분석 기업 클래리베이트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중 공동 연구는 다양한 영역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논문 협력 비율 비교해보면 일부 전략 영역에서 연구 협력에 더 많이 의존하는 쪽은 중국보다는 미국이라고 WSJ은 강조했다.
클래리베이트 분석에 따르면 2017~2021년 미국 기반 나노과학 고품질 연구에서 미·중 협력 사례는 27%를 차지한 반면, 중국 기반 연구 사례에서는 미·중 협력 비율이 13%에 불과했다.
통신 분야에서는 이 비율이 미국에서 33%, 중국에서 10%로 집계돼 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WSJ이 인터뷰한 미국 기반 과학자 10여명은 중국의 연구소는 협력 과정에서 인력과 데이터, 첨단 장비 등 유용한 자원을 제공해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미 빌라노바대 정치학 부교수 데버러 셀릭슨은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누가 이익을 얻는지에 대해 후진적인 이해를 보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연구원들의 논문 인용 횟수가 높은 것은 자국 내에서 서로의 논문을 다수 인용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클래리베이트 자료를 기반으로 한 일본 문부과학성 분석에 따르면 2019~2021년 중국 논문 인용 사례 가운데 61%는 중국 기반의 연구원들이 인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은 자국 논문을 자국 연구원이 인용한 비율이 29%에 그쳤다.
WSJ은 "미국과 중국의 과학 협력 단절이 인류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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