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라이칭더 '대만=독립국' 발언에 '발끈'…무력시위 명분쌓기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이 미국을 경유해 파라과이를 방문한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차기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 부총통의 외신 인터뷰에 거세게 반발하며 대규모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만해협 긴장의 책임을 대만과 미국에 뒤집어씌우면서 군사 훈련으로 포장한 무력시위에 나서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주펑롄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전날 밤 라이 부총통이 '대만은 독립국으로 중국에 종속되지 않는다'고 한 블룸버그 인터뷰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주 대변인은 입장문에서 라이 부총통을 '우둔하고 어리석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명완불화'(冥頑不化)를 동원해 비난한 뒤 "경유 방식으로 미국에 가서 대만독립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가 말하는 평화 논조는 완전히 거짓말"이라며 "이러한 사람은 대만에 병흉전위(兵凶戰危)를 가져올 뿐"이라고 강조했다.
'병흉전위'는 병사는 위태롭고 전쟁은 위험하다는 의미로 위험하고 끔찍한 전쟁을 비유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도 15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시한 입장문에서 "라이칭더는 정치적 사리사욕을 위해 대만 독립이라는 잘못된 주장을 퍼뜨리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고 있다"며 "그는 철두철미한 골칫거리 제조자"라고 비난했다.
이어 "현재 대만해협 정세 긴장의 이유는 근본적으로 대만 당국이 미국에 의지해 대만독립을 도모하려고 시도하기 때문이고 일부 미국인들이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제압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며 대만과 미국을 싸잡아 비난한 뒤 "대만 독립에는 출구가 없고 외부 세력과 연계해 독립을 추구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의 입장이 강경해지면서 일각에서는 중국이 또다시 대만해협을 포위하는 형태의 대규모 무력시위에 나서기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지난 4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 당시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의 회동을 이유로 대만 침공을 염두에 둔 군사훈련을 했다.
대만 상공을 지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가 하면 군함과 군용기를 동원해 대만해협 중간선을 수시로 넘었고, 해상·공중에서 대만을 봉쇄 훈련을 했다.
중국은 현재까지 군사 훈련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라이 부총통이 대만에 돌아가면 군사훈련을 할 것이냐는 물음에 "중국은 사태의 변화를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며 "국가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기 위해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대규모 군사 활동을 개시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중국은 라이 부총통이 미국 경유 기간에 누구를 만나는지 주목하고 있다"며 "라이 부총통이 파라과이 방문을 마치고 미국을 경유해 대만으로 돌아오는 일정이 끝난 뒤 대만 봉쇄 군사훈련 돌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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