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에 건축사·구조기술사 대립 격화…'밥그릇 챙기기'
건축협회 "설계-구조 이원화 안돼"…건축구조기술사회 "독립 권한 필요"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로 인해 건축 구조의 중요성이 주목받는 가운데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 단체 간 대립이 날로 격화하고 있다.
국민 안전을 명분으로 건축사만 설계 및 감리 행위를 하도록 한 현행법의 개선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서로 밥그릇 챙기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는 14일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한 건물을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하청제도가 아닌, 구조기술사가 독립적인 권한을 갖고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건축주에게 건축설계, 구조설계, 토질설계 등을 일괄 수주받은 건축사가 구조설계, 토질설계 등을 기술사에게 하청을 주는 후진적 현행 제도를 건축주와 기술사가 직접 계약하는 분리발주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건축설계와 구조는 따로 구분해 이원화된 체제로 갈 수 없다"는 대한건축사협회의 지난 9일 입장문에 대한 반박이다.
건축사협회는 앞서 구조기술사협회가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가 발생한 직후 설계와 구조를 분리해 발주해야 한다고 밝히자 이 같은 입장을 냈다.
건축사협회는 또 구조기술사가 부족해 점검·관리 부실이 생긴다며 정부 지정 교육기관에서 일정 기간 교육을 이수하면 구조 관련 업무를 할 수 있는 '인정 건축구조건축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구조기술사협회는 이날 "국민 불안을 이용해 본인들의 업역을 확대하려는 황당한 주장"이라면서 "인정 건축구조건축사라는 황당한 꼼수를 쓰지 말고 국가기술자격인 건축구조기술사 시험에 도전해 합격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축사는 건축주로부터 구조설계를 포함한 대가를 모두 수령해도 하청관계에 있는 건축구조기술사에게는 용역대금 지급을 미루고 이를 무기로 무리한 구조설계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현행법상 건축구조기술사는 건축사의 하청업체로 전락, 일부 건축사의 온갖 갑질과 원가 후려치기로 신음하고 있다"며 "이것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건축사는 발주를 받아 건축물을 설계하고 공사를 감리(감독)하는 역할을 하며, 구조기술사는 건축사의 설계를 토대로 건축물에 가해지는 하중 등을 건물 구조를 설계하는 일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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