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생산 탈중국시 美공급망 환경·인권지표 57% 악화"
닛케이 "리튬수출 1위 칠레 등 중남미 환경·노동여건, 中보다도 열악"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공급망 디커플링(분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전기차 생산에서 중국 공급망을 배제할 경우 환경과 인권 지표의 60% 가까이가 악화할 것이라는 일본 측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규슈대학과 공동으로 미국산 전기차 공급망에 대해 환경과 인권 관련 28개 항목을 조사한 결과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도입의 영향으로 2022년과 비교해 2030년에 16개 항목(57.1%) 수치가 나빠질 것으로 추정됐다고 14일 보도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미국산 전기차·배터리 관련 중국 공급망 의존도가 2022년 50%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에서 2030년에는 IRA의 영향으로 0%가 된다고 가정하고 멕시코 등에 대한 의존도를 그만큼 늘릴 경우 환경과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추산했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 가운데 ▲ 북미 제조·조립 배터리 부품 사용 시 3천750달러(약 500만원) ▲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 사용 시 3천750달러의 보조금을 각각 지급하고 있다.
이 법의 영향으로 2030년 미국산 전기차 공급망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4% 줄지만, 대기오염 물질인 이산화황은 17%, 미세먼지(PM10)는 2% 각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과 관련해서는 저임금 노동이나 아동 노동의 위험 등 10개 항목 중 7개가 악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세계 수출 1위인 칠레는 2021년 리튬 세계 시장 점유율이 42%로 2위 중국(37%)을 앞섰다.
IRA 시행으로 칠레의 북미 리튬 수출은 향후 급증할 전망이지만, 칠레의 환경에 대한 대처는 중국보다 늦은 실정이다.
미 예일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오염물질 배출 대책 순위에서 칠레는 세계 153위로 중국(91위)보다 크게 뒤처졌다.
전기차 모터 등에 쓰는 구리 수출 세계 2위인 페루도 대기오염물질 배출 대책 순위에서 135위로 중국보다 순위가 낮았다.
미 로드아일랜드대 조사에서는 아동 노동 등 일부 인권 관련 항목에서 멕시코와 페루 등 중남미의 대책이 중국과 비교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멕시코에서는 사망사고 등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멕시코의 산재 위험은 세계 5위였다.
닛케이는 "미국과 일본은 우호국만으로 원료와 부품 조달을 완결하는 새로운 공급망 정비를 서두르지만, 제품의 비용뿐 아니라 환경과 인권 위험도 커지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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