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산불, 전력회사도 화근?…"강풍 알고도 전기 차단 안해"
전선에 나뭇가지 닿으면 불씨 우려…경고음에도 단전 조치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닷새째 산불 대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지 전력 회사가 송전 차단을 하지 않아 불길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관련 문서와 전직 관계자 등을 인용해 하와이주 전력회사인 하와이안 일렉트릭이 전력을 차단하는 것이 화재 확산을 막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강풍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임의로 전력을 차단하는 '공공안전 전력차단'(PSPS)을 시행한다.
강풍으로 인해 나뭇가지 등이 전력선에 닿아 산불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조치로, 캘리포니아 등 많은 주의 전력 회사들이 이를 도입했다.
그러나 하와이안 일렉트릭은 이번 산불 발생 나흘 전 강풍이 화재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예보가 있었는데도 이 조치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리처드 비센 마우이 카운티 시장에 따르면 이번 주 초 강풍이 불어 마우이 지역 전체에서 전신주 30개가 쓰러졌고 이 중 상당수가 나무나 도로로 넘어져 주민들의 대피를 어렵게 만들었다.
하와이안 일렉트릭은 하와이 95%의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하와이 공공 유틸리티 위원회 소속이었던 마우이 라하이나 주민 제니퍼 포터는 하와이 일렉트릭이 주도적이지 못했고 산불과 관련해 부적절성을 해결하기 위한 의미 있는 조치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전 마우이 카운티의 에너지 위원인 더그 매클라우드도 하와이 일렉트릭이 과거 위기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전력 차단과 전선 매설의 필요성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전력망 차단은 강풍이 예상됐어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주민 생활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역풍까지 맞을 수 있어 전력 회사로서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인해 극한 기후가 잦아지면서 전력망 차단은 전력 회사로서는 파괴적이고 치명적인 산불을 막기 위해선 중요한 선택으로 판명됐다고 WP는 전했다.
하와이안 일렉트릭은 성명을 통해 초목 관리, 전력 시스템 강화, 인프라 점검 등을 포함한 "탄탄한 산불 완화 및 전력망 완화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력을 차단하면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에 필요한 물을 끌어오는 데 필요한 전기를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고도 했다.
또 "응급 구조대와 특수 장비를 사용하는 환자 고객들에게도 알려야 하므로 선제적이고 촉박한 전력 차단을 시행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력 차단에 앞서 영향을 받는 모든 당사자와 사전 협의를 하고 전력망이 중단돼도 물을 퍼 올릴 수 있는 예비 발전기를 구하는 일이 선제 돼야 한다고 산불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나아가 하와이의 전선을 지하에 매설하는 근본적인 해결책도 제시됐다.
하와이의 전기는 주로 절연 처리가 안 된 낡은 목재 전신주에 의해 공급되는 실정이다.
WP와 인터뷰한 주민들과 에너지 전문가들은 비용이 더 들더라도 전선을 지하에 매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와이안 일렉트릭도 취약 지역에서 전선을 지하에 매설하고 전신주를 개조하며 위험한 나무를 제거하기 위한 자금을 그간 주 정부에 신청해왔다고 WP는 전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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