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건 시커먼 잿더미뿐…라하이나로 돌아간 주민 고통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로 최대 피해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하와이 마우이섬을 덮친 산불에 간신히 대피했다가 집으로 돌아간 주민들 눈앞엔 시커먼 잿더미로 변한 집터만이 남게 됐다.
AP통신은 11일(현지시간) 산불로 인해 대피했던 마우이 서부 해변 라하이나 주민들이 통행이 허용되자 집으로 돌아갔다가 맞닥뜨린 절망적인 상황을 전했다.
자동차 차체는 불에 검게 탔고 포장도로는 열기에 녹아 흘러내리다가 다시 굳은 흔적이 남았다. 거리마다 무너진 주택과 건물들이 있고 전신주도 다 타버렸다.
아파트 건물이 무너져 내린 곳엔 엘리베이터 기둥만 남았고 트럭 적재함은 엄청난 열기에 뒤틀렸다.
라하이나의 경제 중심지인 프런트 거리의 거의 모든 건물이 파괴됐고 불길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닭들이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주민들은 삶의 터전이 완전히 파괴된 모습에 망연자실했다.
주민 앤서니 가르시아는 까맣게 그을린 라하이나의 명물 반얀트리(Banyantree) 앞에서 "신에 대한 믿음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산불로 전 재산을 잃었다며 허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주민 서머와 길 겔링 부부는 잿더미가 된 집의 잔해에서 귀중품을 찾으려 애쓰고 있었다. 겨우 찾은 것은 어릴 적 받은 돼지저금통과 딸의 옥팔찌, 결혼 당시 서로에게 선물했던 시계 정도였고 부부의 결혼반지는 찾지 못했다.
부부는 강한 바람으로 인해 연기와 불길이 가까이 오자 두려웠다면서 부부와 두 자녀가 살아 나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른 라하이나 주민인 래너 비에라는 지난 8일 집을 떠나 대피할 때만 해도 상황이 일시적일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이후 다섯 자녀를 키워낸 집과 아기 사진, 졸업앨범 등 소중한 물건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고 전했다.
지난 8일 발생한 마우이섬 산불이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번지면서 섬을 집어삼켰고 특히 라하이나 지역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는 67명에 달하며 실종자 1천여명, 이재민 1만1천여명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마우이섬 산불은 1960년 하와이섬 힐로에서 쓰나미로 6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래 63년 만에 하와이주 최악의 자연재해가 됐다.
재난 관리 업체인 캐런 클라크 앤 컴퍼니는 이번 산불이 1992년 허리케인 이니키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하와이에 큰 피해를 준 재난으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마우이섬이 경보 사이렌을 울리지 않아 주민들을 적기에 대피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주민들은 경보 사이렌 소리를 듣지 못했으며 근처에서 화염이나 폭발음을 듣고서야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CNN방송은 주민들이 돌아갈 수 있도록 허용된 후 마우이 경찰이 라하이나로 가는 주요 도로를 갑자기 폐쇄했다고 보도했다.
하와이 현지 언론은 주민들이 출입 규정을 무시해 경찰이 도로를 폐쇄했다고 전했다.
이날 밤 마우이섬에서는 또다른 화재가 발생하면서 서부에서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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