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선생 묘 복원에 사용할 연해주 흙 뱃길 통해 한국으로
러 우수리스크 옛 고택에서 채취한 흙 3㎏ 복잡한 과정 거쳐 반출
"러 외교부 우리 정부 취지에 공감…최 지사 넋 기릴 수 있어 다행"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올해 광복절에 맞춰 국립 서울현충원 내 독립유공자 묘역에 복원할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1860∼1920) 지사 부부합장묘에 사용하기 위해 러시아 현지에서 채취한 흙이 뱃길을 통해 한국으로 옮겨진다.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12일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강원도 동해로 향하는 카페리 이스턴드림호 편으로 최 지사 순국 추정지인 우수리스크에서 채취한 흙 3㎏을 한국으로 보냈다.
총영사관 소속 러시아 직원 1명이 태극기가 부착된 황금색 보자기로 감싼 흙이 든 상자를 들고 뱃길에 올랐으며, 오는 13일 오후 1시 동해항에 도착한 뒤 이를 국가보훈부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총영사관이 이날 한국으로 보낸 흙은 국가보훈부 요청에 따라 지난달 25일 우수리스크에 있는 '최재형 기념관'(옛 최재형 지사 고택) 뒤편 언덕에서 채취한 것이다.
이후 총영사관은 다소 복잡한 절차를 밟은 뒤 한국으로 흙을 보낼 수 있었다.
우선 총영사관은 흙이 한국에 반입될 수 있도록 러시아연방 연해주 식물검역청에 의뢰해 123도의 고온에서 2시간 동안 열소독을 하고, 채취한 흙에 식물 종자가 포함되지 않은 사실도 확인받았다.
연해주 식물검역청은 이런 절차를 거쳐 총영사관에 '식물검역 증명서'를 내줬다.
또 러시아 극동 세관은 자국에서 채취한 흙을 반출하기 위해서는 흙 안에 문화재가 포함됐는지, 흙이 군사적 요소와 관련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총영사관은 러시아 극동 환경감독청·연방 수출감독청 등에 서한을 발송하고 유선으로 협의하는 과정 등을 거쳐 필요한 증명서를 받았다.
한국 총영사관 고문희 부총영사는 "비록 양은 많지는 않지만, 우수리스크에서 채취한 흙이 없으면 최 지사 묘 복원 취지가 빛바랠 수 있다"며 "흙 반출 과정이 다소 급박하게 진행됐지만 우리 정부 취지에 공감한 러시아 외교부 도움으로 증명서 발급 기간 등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 지사는 9세 때 부모를 따라 연해주로 이주한 뒤 자수성가했으며, 러시아군 군납 상인으로 모은 전 재산을 조국 독립과 이주 동포를 위해 바친 인물이다.
최 지사는 생전 연해주 동포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했으며, 안중근 지사의 이토 히로부미 사살을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지사는 1920년 '4월 참변'을 일으킨 일본군에 체포된 직후 살해됐으며, 그의 시신은 현재까지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정부는 12∼13일 서울현충원 현충관에 최 지사를 기리는 국민추모 공간을 마련하고, 광복절 전날인 14일 '백 년만의 해후, 꿈에 그리던 조국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부부 합장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최 지사 순국 후 키르기스스탄으로 유배된 뒤 현지에서 생을 마감한 부인 최 엘레나 페트로브나(1880∼1952) 여사의 유해는 지난 7일 항공편으로 국내로 봉환됐다.
하병규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총영사는 "최 지사 유해를 직접 고국으로 모시지 못해 마음이 아프지만 고택에서 채취한 흙이나마 조국으로 옮겨 최 지사의 넋을 기릴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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