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 늪'에 빠진 석유화학업계…하반기 전망도 '먹구름'
롯데케미칼 5개 분기·LG화학 석화부문 3개 분기 연속 적자
수요 위축에 업황 침체 장기화…"개선 폭 크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글로벌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시황에 민감한 석유화학업계가 실적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업황 개선 속도도 예상보다 더디다.
◇ 롯데케미칼 누적 적자 1조원 육박…LG화학 석화부문 3분기 연속 고전
13일 업계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석유화학 사업 비중이 큰 롯데케미칼[011170]은 올해 2분기에 영업손실 770억원을 기록하며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작년 2분기부터 5개 분기 동안 쌓인 적자 규모는 총 9천485억원에 이른다.
앞서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이번 2분기에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오히려 영업손실 규모가 직전 1분기의 262억원보다 커졌다.
석유화학 제품 수요 부진으로 판가가 내려 재고평가손이 증가한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5월 초부터 유가가 내리면서 실적 악화를 부추겼다.
유가 하락에 주요 원료인 나프타 투입 가격이 하락했고, 이에 따른 역 래깅(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로 2분기에 발생한 손실 규모만 총 1천120억원 수준이다.
김민우 롯데케미칼 HQ전략기획본부장은 지난 8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분기 초까지는 중국 리오프닝 수요 등으로 제품 스프레드(마진)가 개선돼 업황 회복 가시화를 기대했으나, 경기 회복은 지연됐고 수요 회복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요 성장을 이끄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석유화학 시황 반등 시점 예측은 다소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은 수익성 제고를 위한 운영 최적화와 포트폴리오 개선에 나섰다.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와 원료 경제성 확보 등에 힘쓰고 있다.
실적 부진은 다른 석유화학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LG화학[051910] 석유화학 부문은 2분기에 영업손실 127억원을 기록하며 3개 분기째 적자를 이어갔다. 시황 부진과 생산설비 유지보수 작업 영향이다.
석유화학 시황 악화에 LG화학은 사업 구조 재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2공장 인력 재배치 및 매각설도 돌았다.
회사 측은 최근 2공장 정기 보수를 마쳤으며 공장 가동은 아직 중단된 상태다.
LG화학은 지난 8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여수 NCC 매각설을 두고 "자산 매각 관련해서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부가 사업으로 구조 전환 속도를 높이고 저수익 범용제품에 대해서는 다양한 전략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수요 부진에 공급 과잉 겹쳐 '이중고'
금호석유화학도 2분기에 영업이익이 1천79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69.5% 감소했다. 합성고무, 합성수지, 페놀유도체 등 대부분 사업 부문 실적이 부진했다.
특히 주력 제품인 위생장갑 소재 NB라텍스의 경우 수요 약세로 판매량이 줄었는데, 시장 내 공급업체 경쟁은 심해져 수익성이 나빠졌다.
금호석유화학은 3분기에도 제품 시장가 약세와 수요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고부가 제품 판매로 수익성 하락을 방어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솔루션[009830] 케미칼 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2분기보다 79.1% 급감한 49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방산업 수요 부진 여파로 가성소다와 폴리에틸렌(PE) 등 주요 제품 수익성이 악화했다.
회사 측은 3분기도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주력 제품 수요 회복 지연이 우려되나 실적 개선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요 침체에 중국 등 글로벌 화학 설비 신증설 지속에 따른 공급과잉도 맞물려 당분간은 석유화학 업황 전망이 어두운 상황이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오프닝 이후에도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석유화학 업체들의 저율 가동을 통한 공급 축소 노력에도 공급 부담은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 업황 회복 방향성은 유효하다고 판단하나 누적된 공급 과잉 등에 개선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업황 회복이 가속하려면 증설 취소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이나 중국 중심의 가파른 수요 개선이 나타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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