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韓 동결자금 해제 전격 합의…수감자 맞교환 대가(종합2보)

입력 2023-08-11 17:51
미·이란, 韓 동결자금 해제 전격 합의…수감자 맞교환 대가(종합2보)

韓·이란 '최대 걸림돌' 동결자금 문제 4년3개월만 매듭…해제 절차 개시

'스위스 은행 이체' 동결자금, 최종 송금 5∼6주 소요 전망…WP "다음달에나"

양국 관계 정상화 계기 기대감…핵 합의 '빅딜'로 이어질지 주목



(테헤란·워싱턴·서울=연합뉴스) 강병철 이승민 특파원·황윤정 권수현 기자 = 미국과 이란이 수감자 맞교환 대가로 한국 내 이란 동결 자금을 해제하기로 전격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이란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 돼 온 동결 자금 문제가 4년 3개월 만에 해결되면서 양국 간 긴장이 완화, 관계 정상화에도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 특히 향후 핵 합의를 둘러싼 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란 외무부는 한국의 은행들이 석유 결제 대금 등 동결된 자국 자산에 대한 해제 조치가 개시됐다고 10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자국의 자산이 "미국에 의해 수년간 한국의 은행에 불법적으로 동결돼 있었다"며 "이란은 이 사안에 있어 미국의 의무에 대한 약속과 관련, 필요한 확약을 미국으로부터 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란 외무부는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서도 "이란은 미국으로부터 약속을 보장받았다. 미국에 불법 구금된 몇몇 이란인들의 석방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날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이란에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 5명이 석방돼 가택연금에 들어간 것으로 이란 정부가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협상 내용에 대해선 "최종 석방을 위한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며 현재는 민감한 상태"라면서 함구했다.

협상 내용에 ▲ 한국에 동결된 자금 ▲ 국영은행인 이라크 무역은행(TB) 내 자금 ▲ 유럽 내 자금 등 미국의 제재로 동결된 이란 자금을 해제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이란 유엔대표부를 인용해 "미국 내 수감자 5명과 이란 내 수감자 5명이 맞교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AFP 통신은 이란 당국이 테헤란 에빈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미국 국적자 5명(남성 4명, 여성 1명)을 가택연금 상태로 전환했다고 수감자 가족 및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이 가운데 4명의 남성은 당국의 감시를 받는 상태로 호텔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관련 외신 보도에 "우리 정부는 동결자금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이란 등 유관국과 긴밀히 협의해 왔다"며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길 기대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IRNA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한 동결자금 규모는 60억 달러(약 8조원)로, 해제 작업이 시작됐더라도 실제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는 일정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절차와 관련, IRNA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과 이라크 은행 계좌에 불법적으로 동결돼 있던 100억 달러(약 13조2천억원) 이상의 자금에 대한 접근권을 마침내 풀리게 됐으며, 한국 내 이란 자금은 스위스에 있는 한 은행에 이체, 현재 유로화로 환전된 상태로 카타르 중앙은행 계좌로 송금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스위스 은행으로 넘어간 자금이 카타르까지 송금되는 데는 최소 5∼6주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송금이 완료되면 미국과 이란은 상대측 수감자 5명을 송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 송금 절차가 복잡한 탓에 동결 자금 최종 송금과 이란내 구금된 미국인 석방은 다음달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있는 이란중앙은행 명의의 계좌에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이란 핵합의

(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에 따른 여파로 이란의 석유 판매 대금 계좌가 동결되면서 2019년 5월2일부터 약 70억 달러(9조2천억원) 규모로 알려진 돈이 묶여 있었다.

미국과 이란이 수감자와 동결 자금 문제를 맞바꾸는 '스몰딜'을 일단락지음에 따라 이제는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에 대한 타결로 이어지고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해제될 가능성이 열릴지에 관심이 쏠린다.

양국의 공식 확인은 없지만, 그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협상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 '친이란 민병대의 미군 공격 중단' 등의 사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수감자 협상, 이란 핵프로그램 억제 노력 원할하게 할 듯'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조치가 미국과 이란의 관계에 있어 심각한 문제들을 제거했고, 따라서 추가적인 외교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내년 대선 이전에 새로운 핵 합의가 도출되기를 원치는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고개를 드는데다 공화당 내에서 강경론이 만만치 않은 만큼 핵 합의 복원까지는 아직 먼 길이 남아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공식 핵 합의에 도달하기까지는 미국 의회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협상 결과를 놓고 공화당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망했다. 동결된 자금이 결국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손에 들어가 중동 지역의 무장 세력 지원에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번 조치는 수감자들과 그 가족들이 악몽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일 것으로 믿는다"며 "우리는 모든 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며 역내외 불안정을 초래하는 이란의 활동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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