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 '선관위 해킹' 북한 공격 가능성도 조사"
텔레그래프 보도…"최대 4천만명 유권자 정보 노출"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황윤정 기자 = 최대 4천만명의 영국 유권자 정보가 노출된 사이버 공격과 관련해 영국 정부가 북한 또는 중국, 이란이 배후일 가능성을 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보안 당국이 선거관리위원회의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한 '적대적 행위자들'을 찾기 위해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러시아가 이번 사이버 공격의 주요 배후로 지목되고 있지만 영국 정부 장관들은 영국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다른 국가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소식통은 영국이 러시아, 북한, 중국, 이란과의 사이버 전쟁에서 이른바 '회색 지대'(grey zone)에 놓여 있다면서 이들 국가가 영국의 방어 체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8일 복합적인 사이버 공격을 받아서 해커들이 내부 이메일과 선거인 명부 사본에 접근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해커들이 2021년 8월 처음으로 시스템에 접근했는데 작년 10월에야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1년여간 해커들은 2014년부터 2022년 사이에 등록한 유권자들의 이름과 주소가 담긴 선거인 명부 사본에 접근할 수 있었다. 이 사본은 리서치 목적으로 보관한 것이다.
선관위는 적대적 행위자들의 정체를 자세히 공개하진 않았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으로 영국 민주주의 제도가 해커들의 표적이라는 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다만, 선관위는 "해킹이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칠 위험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의 이름과 주소 등 상당수 자료는 이미 공개돼있다는 것이다.
영국 의회 위원회는 2020년에 러시아가 2014년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에 개입했다고 밝혔으며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도 비슷하게 관여한 의혹이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텔레그래프는 영국 정보기관들이 선관위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러시아와 관련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지난 8일 보도했다.
영국 도·감청 전문 정보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의 데이비드 오먼드 전 국장과 리처드 디어러브 전 해외정보국(MI6) 국장 등 전직 정보수장들도 러시아를 이번 사이버 공격의 배후일 가능성을 거론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반면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제임스 설리번은 이번 공격의 책임을 러시아에 묻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 "중국 역시 이 같은 스파이 활동을 많이 하는 것을 봐왔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작년 11월 선거에 외국 세력이 간섭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각료급에서 대응반을 꾸렸으며 최근엔 그런 공격을 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가 안보법을 통과시켰다.
merciel@yna.co.kr
yunzh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