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내부 보고서, 폭염 등 잼버리 적신호 이미 수년전 경고"(종합)
"2016∼2018년 3건 보고서에 경고 있었지만 대비 못해"
수천명 열사병 겪은 2015년 日 야마구치현 잼버리 교훈도 거론돼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개최되기 수년 전 주최측 내부에서 폭염 등을 주요 위험요인으로 지목하는 경고가 나왔지만, 이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적신호를 무시하고 한국이 스카우트 잼버리를 어쨌든 강행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주최 측의 과거 보고서들을 살펴본 결과 이미 2016년부터 극한 기상이 예측돼 사전조치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한국 관계자들이 대비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2016∼2018년 주관 정부 기관 등이 작성한 보고서 3건을 보면 폭염은 태풍, 북한의 군사 도발과 함께 성공적 개최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경고됐다고 WP는 설명했다.
행사 주최측은 2015년 일본 야마구치현에서 열린 세계 잼버리의 교훈을 거론하기도 했다고 WP는 짚었다. 당시 기온이 40도, 습도가 80%까지 오르면서 수천 명이 열사병 등을 겪은 바 있다.
2018년 보고서에는 "8월 행사가 36도 폭염과 태풍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적혔다.
이 보고서에는 5년 뒤인 2023년까지 행사장에 '울창한 녹색 숲'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었는데, 막상 지난주 참가자들이 도착했을 때 그와 같은 녹지는 없었고 많은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고 WP는 지적했다.
2016년 전북도 요청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수행한 타당성 조사 보고서에는 "가장 중요한 것은 2023년 8월 1∼12일 2023 세계잼버리 기간 한반도에 폭염이 가장 심하고 태풍과 폭우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철저한 재난 예방 및 대응이 준비 중"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보고서는 새만금 부지 특성상 제기된 구조적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데 보인 진전을 적시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의 한 관계자는 WP에 "보고서와 다른 여러 가지 방식으로 무더위 대책의 필요성을 경고받았고 그늘막 설치와 나무 식재 계획도 있었지만 우리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행사를 앞두고 필요한 예산 승인을 포함한 준비 과정에도 지연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재난관리 전문가인 김동훈 씨는 "한국 정부는 2018년 폭염을 자연재해의 한 유형으로 공식 지정했으나 당국은 재해 대비 차원의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며 "당국이 여전히 폭염을 충분히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북도의 2018년 잼버리 유치활동 결과 보고서는 행사 유치 과정을 소개하면서 "새만금은 더는 물에 잠긴 곳이 아니고 산, 들, 초원이 있는 광활한 대지에 재난관리 정보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안전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잼버리 첫날인 1일 한국 정부는 4년 만에 처음으로 폭염 위기경보 수준을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했는데, 조직위는 내부 매뉴얼과 달리 긴급 지원이나 대피로 이어질 수 있는 폭염 경고 지정을 하지 않았다고 WP는 짚었다.
영국 BBC 방송도 이날 새만금 잼버리가 폭염과 다가오는 태풍, 코로나19 발생, 성범죄 의혹 등으로 난국에 빠진 상황을 보도하면서 행사 개최 전부터 많은 참가자를 폭염으로부터 보호할 자연이 부족한 데 우려가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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