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르 쿠데타 발발 2주…점점 좁아지는 '외교의 문'
군부, 협상 거부 속 내각 인선 등 권력 공고화 '착착'
ECOWAS "군사개입 배제 안 해"…내부 첫 反쿠데타 단체 결성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군사정변(쿠데타)이 발발한 지 2주가 지나면서 외교를 통한 사태 해결 가능성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니제르 군부의 협상 거부로 진전을 보지 못하는 가운데, 군부의 권력 공고화 작업은 착착 진행되는 양상이다.
9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과 AP 통신 등에 따르면 쿠데타를 주도한 니제르 군부는 최근 알리 마하만 라민 제인 전 경제장관을 새 총리로 임명하는 등 일부 내각 인선을 단행했다.
군부는 전날엔 서아프리카 15개국의 연합체인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와 유엔, 아프리카연합(AU)의 대표단 입국을 거부하는 등 국제사회의 헌정 질서 회복 요구에 완강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에 니제르에 대한 군사 개입을 자국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겠고 밝혔던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군정 대표단과는 수뇌부가 직접 만나 연대를 과시했다.
ECOWAS가 군사 개입 가능성을 경고하며 최후통첩 시한으로 제시한 지난 6일에는 오히려 대규모 군중집회를 열어 내부 결속을 다졌다.
이후 영공을 폐쇄하며 어떠한 침범 시도도 즉각적인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무력 개입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재차 천명했다.
ECOWAS는 축출된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의 복권 요구를 일축하고 협상 제안을 거부한 니제르 군부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평화적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ECOWAS 의장인 볼라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의 아주리 응겔랄레 대변인은 전날 "티누부 대통령은 여전히 외교가 사태 해결을 위한 최상의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ECOWAS는 전날 성명을 통해 니제르 군부와 협상 시도가 무산됐음을 확인하며 "니제르의 헌정 질서 회복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이지리아는 전날 니제르 군부에 대해 중앙은행을 통한 추가 제재에 나섰다. ECOWAS는 이미 지난달 30일 긴급 정상회의에서 니제르 군부 인사에 대한 경제 제재와 여행 제한, 회원국 중앙은행의 니제르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결의한 바 있다.
미국 국무부도 전날 토니 블링컨 장관이 억류 중인 바줌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전하며 평화적 민정 회복을 위한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매튜 밀러국무부 대변인은 "니제르 쿠데타 이후 외교적 해결이 아직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니제르 사태의 평화적 해결은 점점 어려워지고 ECOWAS가 최후의 수단이라고 밝힌 군사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분위기라고 알자지라 방송이 전했다.
ECOWAS는 오는 10일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서 특별 정상회의를 열고 최후통첩 시한 종료 이후 니제르 사태 해법을 모색한다.
응겔랄레 나이지리아 대통령 대변인은 "군사 개입을 포함한 어떠한 옵션도 아직 가능한 대응 방안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니제르 내부에서 처음으로 쿠데타 군부에 반대하는 단체가 목소리를 냈다.
니제르 전 반군 지도자이자 정치인인 리사 아그 불라는 바줌 대통령의 복권을 위한 이른바 '공화국저항위원회'(CRR)를 결성하고 헌정 질서 회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반면 니제르 쿠데타 군부를 지지하는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군정의 외무장관들은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주권국인 니제르에 대한 외부의 군사 개입을 막아달라는 서한을 제출했다.
니제르와 함께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두 나라에서는 최근 3년간 쿠데타가 잇따르면서 친러시아 군사 정권이 들어섰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니제르에서는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대통령 경호실장이 이끄는 군부가 지난달 26일 바줌 대통령을 억류하고 쿠데타를 감행한 뒤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hyunmin6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