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랠리에 공매도 손실 막심…"북미서 지난달만 70조원"
"6∼7월 숏커버링 규모, 2개월 기준 2016년 이후 최대"…증시 추가상승 요인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 증시 하락에 베팅했던 헤지펀드 등 공매도 투자자들이 지난달까지 이어진 미 증시 랠리로 막대한 손실을 봤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6∼7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9.8% 오르는 동안, 미국 주식 가운데 공매도 비중이 높은 50개 종목의 주가를 추종하는 골드만삭스 지수는 32%나 급등했다는 것이다.
또 골드만삭스의 프라임 중개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공매도에 나섰던 헤지펀드들이 주가 상승을 우려, 6∼7월 매도 포지션 청산을 위한 주식 재매입(숏커버링)에 나서면서 쓴 자금 규모가 2016년 이후 2개월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며, 빌려서 팔았던 주식을 갚기 위해 다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숏커버링이라고 한다.
투자정보업체 S3 파트너스 자료를 보면 미국·캐나다 공매도 투자자들의 지난달 평가손실 규모는 535억 달러(약 70조3천억원)였고, 모든 섹터에서 공매도 투자자들이 손실을 봤다.
지난달 평가손실 규모가 가장 컸던 종목은 엔비디아(13억 달러·약 1조7천억원)였다.
또 알리바바그룹(10억6천만 달러·약 1조4천억원), 리비안(9억7천만 달러·약 1조2천760억원), 코인베이스 글로벌(9억6천만 달러·약 1조2천625억원), 메타플랫폼(9억1천만 달러·약 1조1천971억원) 등도 손실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전체로 보면 평가손실 규모는 1천752억 달러(약 230조4천억원)에 이른다.
미국 주식에 대한 공매도는 대부분 헤지펀드에 의해 이뤄지는데, 이들은 높은 수수료를 받는 만큼 시장 방향과 무관하게 고객들에게 많은 이익을 돌려줄 필요가 있다.
헤지펀드들이 연초만 해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때문에 레버리지(차입투자) 비중이 적었는데, 이후 증시 랠리에 뒤늦게 올라타면서 레버리지를 늘렸다고 WSJ은 전했다.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이 올해 미국 주가 상승을 주도한 가운데, 월가 투자기관 다수는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높은 이들 주식 투자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증시 랠리가 계속되자 숏포지션을 청산하고 상승 베팅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숏포지션은 특정 자산의 가치가 하락한 뒤 매도하려는 의도로 자산을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컨은 자신이 운영하는 투자업체의 수익률과 관련해 "시장에 대한 과도한 약세 전망(에 따른 손실이) 이익을 압도한다"면서 공매도 비중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헤지펀드인 바이스 멀티전략자문의 마이크 에드워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4∼5주간의 시장은 공매도 부문의 항복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숏커버링은 주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추가 동력이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JP모건 자산운용의 글로벌 수석전략가인 데이비드 캘리는 "많은 이들이 시장 상황에 대해 회의적이었다"면서 "분명 이들이 숏커버링에 나서면서 증시 상승에 힘을 보탰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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