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이끌 류진 회장은…한미 가교역할 할 베테랑 경제인
조지 부시 전 美대통령과 친분 등 풍부한 글로벌 인맥
국내재계 순위권 밖이지만…싱크탱크·글로벌이슈 대응 등 '전경련 혁신' 이행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재기를 이끌 차기 회장으로 7일 추대된 류진 풍산[103140] 회장은 풍부한 글로벌 인맥을 갖춘 베테랑 경제인이다.
부친 류찬우 창업주에 이어 방산기업 풍산그룹을 이끌고 있는 류 회장은 대표적 '미국통'으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 미국 정계와 깊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오는 22일 전경련 임시총회를 거쳐 회장직에 오르는 류 회장은 전경련이 탈바꿈하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를 이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로 4대 그룹이 탈퇴하는 등 시련을 겪은 전경련은 1961년 첫 출범 당시 명칭인 한국경제인협회로 이름을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 조직 혁신안을 지난 5월 발표했다.
전경련 시절의 과오를 벗어나려고 출범하는 '새로운 단체'라는 것이 전경련의 설명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한경협은 싱크탱크로서의 기능에 충실하겠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전경련이 류 회장을 새롭게 출범하는 한경협 회장으로 추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풍산은 국내 재계 순위권 밖 기업으로, 류 회장이 한경협 수장으로서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초대 회장을 맡은 데 이어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구자경 LG그룹 회장,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허창수 GS 명예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가 전경련을 이끌어왔다.
이 때문에 전경련은 재계를 대표하는 '대기업의 모임'으로 불려 왔다.
하지만 이 같은 '옛 전경련'에서 탈피하겠다는 것이 한경협의 출범 취지로, 류 회장을 추대한 것도 이와 맥이 닿아있어 보인다.
특히 한경협이 정경유착 차단은 물론, 싱크탱크 기능 확대, 글로벌 경제 이슈 대응 강화, 대국민 소통 강화 등의 혁신을 앞세우고 있는 만큼 류 회장이 적임이라는 말도 나온다.
특히 최근 한미관계가 강화되고, 양국이 협력해야 할 경제 현안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류 회장의 인맥을 활용해 한경협이 한미 간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첨단과학기술 동맹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틀을 다진 만큼 양국 경제계의 교류협력 확대가 예상된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4대 그룹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이 미국 현지 투자를 늘리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입법과 규제 동향을 살피고 정치적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류 회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해석도 있다.
조선시대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 선생의 13대손인 류 회장은 1958년생으로, 서울대 영문학과와 미국 다트머스대 경영학 석사 과정을 거쳤다.
그는 2001년부터 전경련 부회장으로 활동했고, 현재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전경련은 "류 회장은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험, 지식, 네트워크가 탁월한 분으로 새롭게 태어날 한국경제인협회가 글로벌 싱크탱크이자 글로벌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해줄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19대 한국비철금속협회 회장을 맡으며 2005년 금탑산업훈장, 2012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또 2020년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이사회에 합류했고, 한미 친선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로부터 밴 플리트상을 수상했다. 당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행사장을 방문해 류 회장을 '소중한 친구'라고 부르며 수상을 축하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에 동행해 CSIS와 한국 경제계와의 오찬 간담회 등을 직접 마련했다.
이 밖에도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서울국제포럼 부회장, 한국메세나협회 부회장, 한국펄벅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류 회장은 5공 시절 외무부 장관, 국가안전기획부장, 국무총리 등을 역임한 고(故) 노신영 전 총리의 사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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