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친중단체 돈줄 찾아보니 미국인 갑부…3천억대 자금 지원
오래전부터 마오쩌둥 이념 경도…상하이 거주하며 中공산당과 밀접 관계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미국과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각국에서 친중 여론을 전파하는 단체들의 돈줄이 중국에 거주하는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정보통신(IT) 업계 출신 재벌이자 급진적인 좌파 이념의 소유자인 네빌 로이 싱엄(69)이 각국의 친중 단체에 최소 2억7천500만 달러(약 3천6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싱엄은 현재 미국을 떠나 상하이에 거주하고 있다.
그가 중국에 설립한 개인 사무실이 제작한 중국 홍보 유튜브 동영상은 각각 수백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는 아프리카 국가의 정치인을 교육하거나 남아공 선거에 출마한 후보를 지원하고, 영국 친중 시위를 지원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싱엄은 자신의 활동은 중국 정부의 지시가 아닌 독자적인 신념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NYT 탐사보도 팀에 따르면 싱엄은 상하이에서 '중국이 이룬 기적을 세계인들에게 교육한다'는 목적을 내건 현지 매체와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다.
또한 싱엄의 개인 사무실과 중국 매체는 직원들도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싱엄은 지난달 중국 공산당이 해외 홍보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한 포럼에도 참가한 사실이 확인됐다.
싱엄을 포함해 싱엄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은 단체 중에 외국 정부의 대리인으로 미국에 등록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 정부의 이익을 위해 일할 경우 정부에 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한 미국의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FARA법에 따르면 외국 정부를 위해 홍보 등 여론과 관련한 행동을 하는 것도 신고 대상이다.
NYT에 따르면 스리랑카 출신 학자를 아버지로 둔 싱엄은 오래전부터 중국 공산당 지도자였던 마오쩌둥의 이념에 경도됐다.
또한 반미 사회주의로 유명했던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존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17년 자신이 설립한 소프트웨어 컨설팅 업체를 7억8천500만 달러(약 1조 원)에 매각한 뒤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념을 전파하기 위한 행동에 착수했다.
그는 자신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비영리단체 4개를 통해 전 세계의 좌파 단체와 모임에 자금을 보냈다.
아프리카의 좌파 정치인과 행동가들을 초청해 남아공에서 매년 여러 차례 열리는 한 행사에서는 중국의 신장 위구르 인권탄압은 미국의 날조라는 주장이 교육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대해선 '아프리카 각국의 발전을 위한 기회'라는 주장도 교육됐다.
이 같은 교육 내용에 이의를 제기한 참가자들은 질책당하거나, 다음 행사에 초대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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