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폭염문제가 아냐"…외신이 전한 잼버리 철수의 변

입력 2023-08-05 19:08
수정 2023-08-05 19:11
"단순히 폭염문제가 아냐"…외신이 전한 잼버리 철수의 변

영국 등 조기퇴영자·부모, 자국언론 통해 불만 토로

"꿈이 악몽으로"…화장실·식사·벌레 등 전반적 환경 지적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일부 참가국이 조기 퇴영을 결정한 구체적 사유가 외신으로 속속 전해졌다.

5일(현지시간) BBC방송, 가디언, 스카이뉴스 등 영국 매체들은 전라북도 부안군 새만금에 차려진 야영장에서 자국 대표단이 철수한 배경을 참가자들 증언을 통해 설명했다.

참가자들이 참여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중대한 문제로 꼽은 것은 대체로 폭염, 위생, 보건 문제였다.

이날 야영장을 떠나 서울에 있는 호텔로 옮겨간 영국 대표단의 일원은 BBC 서울 특파원에게 문제는 폭염뿐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설과 음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BBC에 화장실을 '보건 위협'으로 묘사하며 어린이들의 음식도 기준미달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참가자들의 부모 다수는 BBC 인터뷰에서 자녀가 수천 파운드(수백만원)를 모아 참여를 준비해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영국은 이번 대회에 참가국 중 가장 많은 청소년 4천500여명을 파견했다.



한 29세 스카우트 지도자(영국)는 스카이방송 인터뷰에서 야영장에서 직면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협으로 더위를 꼽았다.

그는 "구급차가 사방에 널려 있다"면서 야영장에 더위를 피할 시설이나 극복할 서비스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지도자는 어린이 30명으로 구성된 자기 팀에 품질이 떨어지는 작은 물병이 제공됐다면서 "(주최 측은) 우리에게 1시간마다 물 1L를 마시라고 했지만 3분의 1은 병이 깨져서 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로 떠나기 전 땡볕 아래 1시간 이상 기다리던 중 아이 몇 명이 기절했으나 다행히 건강을 회복했다고도 주장했다.

더러운 화장실, 영양학적으로 불균형한 식사 등에 대한 불만도 뒤따랐다.

그는 "돈을 낸 만큼의 경험을 얻지 못하고 떠난다"며 "아이들은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를 날린 데 대해 화가 났다"고 전했다.

영국 측 참가자 소피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끔찍하다"며 "너무 덥고 하루 종일 활동이 중단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소피는 "밤이 되니 깔따구가 나왔고 우리 모두 물렸다"면서 벌레 물림 때문에 받은 고통도 심각했다고 덧붙였다.



자녀를 이번 새만금 잼버리에 보낸 부모들도 위생 등 여러 문제를 지적했다.

한 영국 여성은 BBC 인터뷰에서 16세 딸에게 '훌륭한 인생 경험'이 될 줄 알았던 것이 '생존 미션'으로 변질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 딸은 지금 같은 더위는 예상하지 못했다. 텐트가 너무 뜨거워 열을 식힐 수도 없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샤워실, 화장실에서는 떠다니는 쓰레기와 머리카락이 배수구를 막고 있었다는 딸의 증언을 전했다.

15세 딸을 이번 대회에 보낸 영국 출신 섀넌 스와퍼는 자기 가족이 모두 평생 스카우트 활동을 해왔다면서도 지금과 같은 더위는 "어른과 아이 모두 견딜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 버지니아주(州) 출신 크리스틴 세이어스는 17세 아들 코리를 위해 이번 잼버리에 6천500달러(약 850만 원)를 썼지만 아들의 꿈이 '악몽'이 됐다고 지적했다.

세이어스는 "내 아들은 그게 얼마나 큰 돈인지, 자기를 (잼버리에) 보내기 위해 가족이 얼마나 많이 희생했는지 잘 알고 있다"고 호소했다.

앞서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이번 대회 중단을 권고한 가운데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 일부는 철수를 결정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이들 국가를 제외한 대표단은 한국 정부의 지원 확대와 함께 야영장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대회를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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