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K-반도체 점유율 굳건…DDR5·HBM으로 격차 늘린다
매출 급감에도 삼성전자 1분기 메모리 점유율 1위 수성
선제적 감산 펼친 SK하이닉스는 출하량 줄며 점유율 하락
범용 D램·낸드 감산 확대…고성능 제품 위주로 불황 타개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도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1분기 메모리 시장점유율 1위 자리는 굳건히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삼성전자와 함께 K-반도체를 이끄는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한발 앞서 감산을 시작하면서 시장점유율이 하락했다.
불황 탈출을 위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수익성이 떨어진 D램 범용 제품과 낸드 감산을 확대하고, 더블데이터레이트(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앞세워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 1분기 삼성 D램 점유율 42.8%로 1위…하이닉스는 2위→3위
6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D램 매출은 40억1천300만달러로 작년 동기(103억5천200만달러)보다 61.2% 급감했다. 전 분기(53억6천500만달러)와 비교하면 25.2%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은 전 분기와 같은 42.8%로 1위를 지켰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24.7%로 전 분기(27.0%)보다 2.3%포인트 하락했다. 순위도 2위에서 3위로 밀려났다.
미국의 마이크론(27.2%)은 SK하이닉스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D램 가격이 급락하면서 SK하이닉스는 선제적으로 감산을 시작했다"며 "출하량이 줄면서 일시적으로 시장점유율도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낸드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1위를 지켰다
1분기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매출은 29억9천만달러로 작년 동기(63억3천400만달러) 대비 반토막이 됐다. 그런데도 점유율은 34.3%로 전 분기(33.9%)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이어 일본 키옥시아(19.5%), 미국 웨스턴디지털(15.9%), SK하이닉스(자회사 솔리다임 포함·15.1%) 순이었다.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전 분기(16.8%)보다 1.7%포인트 하락하면서 순위도 3위에서 4위로 하락했다.
◇ 반도체 업황 바닥 탈출 신호도…수익성 낮은 낸드 감산 확대
2분기 들어서는 바닥 탈출의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2분기 영업손실 4조3천600억원을 기록했다. 적자 규모는 1분기(-4천5천800억원)보다 줄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손실은 2조8천821억원으로 1분기(-3조4천23억원)보다 5천억원 이상 적자 폭이 줄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부터는 차츰 수요가 회복되면서 업황이 반등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고객사의 재고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반도체 업계의 감산 기조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낸드 부문 감산을 확대할 방침이다.
낸드는 현재 반도체 업계의 실적 악화 주범으로 꼽힌다.
D램과 비교할 때 낸드는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수혜가 미미하고, 고객사들도 AI 관련 투자를 제외하고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라 좀처럼 수요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D램의 경우 DDR5와 HBM 위주로 수요가 되살아나고 있지만, 낸드는 딱히 수요 회복을 이끄는 동력이 없다"며 "고객사의 재고 수준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가격 약세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낸드 중심 추가 감산 계획을 밝혔다.
더 적극적으로 공급을 줄여 가격 하락을 막고 손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 DDR5·HBM이 D램 수요 회복 견인차…고부가 제품으로 승부수
대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DR5와 HBM 등 고성능 D램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DDR5가 적용되는 신형 중앙처리장치(CPU) 출시 등에 힘입어 D램 시장 주력 제품은 DDR4에서 DDR5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범용 제품인 DDR4 생산은 줄이고, DDR5 위주로 투자를 늘려 주도권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전체 서버용 D램에서 DD5가 차지하는 출하량 비중은 올해 23%에서 내년 63%로 급증할 전망이다. 2027년에는 DDR5 비중이 99%에 달할 것으로 옴디아는 전망했다.
또 AI 열풍을 타고 HBM이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챗GPT 같은 AI 분야 데이터 처리에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HBM이 대거 탑재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HBM이 D램 수요 회복을 이끌 견인차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옴디아는 HBM 시장이 향후 5년간 연평균 최소 40%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에서 2026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 업사이클 기간에서 D램의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이 경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또 AI라는 새 성장동력이 가동됨에 따라 향후 D램 시장이 매출 1천억달러 규모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김 연구원은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세계 최초로 4세대 제품인 HBM3를 개발했으며 지난해에는 양산에 성공했다. 올해 4월에는 세계 최초로 24GB(기가바이트) 12단 HBM3 신제품을 개발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6.4Gbps(초당 기가비트)의 성능과 초저전력을 기반으로 하는 HBM3 16GB와 12단 24GB 제품의 양산 준비를 완료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AI 발전으로 HBM 외에도 고용량·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동반해 증가하고 있다"며 "AI 시대에 메모리 반도체는 다양한 응용처에 맞춰 고성능·고용량·저전력 등의 특성을 발전시켜 나가며 추가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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