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침체 中, 돼지고깃값 9개월새 41%↓…양돈업계 적자 눈덩이
4대 양돈업체 인건비 절감 짬짜미 당국 경고 받아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소비 침체로 돼지고기 가격이 급락, 경영난에 직면한 중국 양돈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 스카우트 금지 짬짜미에 나섰다 당국의 경고를 받았다.
3일 관영 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시장총국)은 지난달 31일 4대 양돈업체를 '웨탄(約談·예약 면담)' 형식으로 불러 이들 업체가 상대 업체의 인력을 스카우트하지 않기로 한 협약이 반독점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며 시정을 지시했다.
웨탄은 당국이 기업이나 개인을 불러 잘못을 지적하고 시정토록 하거나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일종의 구두 경고 행위다.
시장총국은 이들 업체의 협약이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노동자들의 직업 선택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업체들의 이익 도모를 위해 노동자들의 권익을 훼손한 담합으로 규정한 것이다.
앞서 무위안식품, 원스식품, 솽바오타이, 정다 등 4대 양돈업체는 지난 6월 "업계 내부의 경쟁을 완화하자"며 상대 업체의 인력을 빼가거나 기반을 약화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협약에 서명했다.
양돈업체들의 이번 협약은 돼지고기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경영난이 가중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중국 최대 양돈업체인 무위안식품의 경우 올해 상반기 손실액이 66억8천400만위안(약 1조2천억원)에 달했다.
이는 이 업체가 작년 한 해 벌어들인 총이익 69억400만위안(약 1조2천500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중국사회과학원 농촌발전연구소 리궈샹 연구원은 "적자 상황에서 기업들은 비용 절감에 집중하게 된다"며 "이번 협약은 인력 확보 경쟁 과정에서 인건비가 상승해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관행은 합리적인 인력 이동이 기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간과한 것이자 법률 및 공공 관리 질서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돈업계의 실적 악화는 더딘 경제 회복 탓에 소비가 살아나지 않은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에서 소비자 물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돼지고기 가격은 작년 10월 ㎏당 35.12위안(약 6천350원)까지 오른 뒤 계속 하락해 지난달 말 20.83위안(3천760원)까지 떨어지며 9개월 만에 41% 급락했다.
중국에서 작년 10월 전후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해 소비가 위축된 데다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에도 소비가 여전히 위축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 당국이 지난 4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맞춰 프랑스산 돼지고기 수입을 허용, 유통 물량이 늘면서 돼지고기 가격 하락세가 심화했다.
pj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