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물가상승률 2.3%, 25개월만에 최저…석유류 역대 최대 하락(종합2보)

입력 2023-08-02 10:42
수정 2023-08-02 14:29
7월 물가상승률 2.3%, 25개월만에 최저…석유류 역대 최대 하락(종합2보)

공업제품·전기·가스도 둔화 흐름…근원물가도 15개월만 최저

'폭우 탓' 채소류 전월보다 7.1% 올라…기저효과에 작년보다는 하락

"8월에는 계절적 요인·국제에너지 가격 상승 등 불확실성 확대"



(세종=연합뉴스) 박재현 김다혜 박원희 기자 = 물가상승률이 6개월 연속 둔화하면서 두 달째 2%대를 기록했다.

석유류 가격이 역대 최대 폭으로 하락하면서 25개월 만의 가장 낮은 물가 상승률을 이끌었다. 작년 7월까지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른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집중 호우의 영향을 받은 농축수산물의 가격은 전월보다 상승했지만, 작년 같은 달보다는 소폭 하락했다.

◇ 6월 물가 상승률 2.7%…2021년 6월 이후 최저치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20(2020년=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2.3% 올랐다.

이는 2021년 6월(2.3%) 이후 25개월 만의 최저치다.

물가상승률은 작년 12월 5.0%에서 올해 1월 5.2%로 소폭 상승한 뒤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6월 2.7% 등으로 둔화세가 지속하고 있다.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도 작년보다 1.8% 상승, 2021년 2월(1.7%) 이후 29개월 만에 1%로 내려앉았다.

다만 식품 부문은 4.1% 올라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품목별로는 석유류가 물가 둔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25.9% 하락하면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5년 1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경유는 33.4%, 휘발유는 22.8%, 자동차용 LPG는 17.9% 각각 하락했다.

전체 물가상승률에 대한 석유류의 기여도는 -1.49%포인트(p)에 달했다. 석유류가 전체 물가상승률을 1.5%포인트가량 떨어뜨렸다는 의미다.

석유류 가격에 영향을 받는 공업제품의 물가 상승률은 0.0%까지 내려갔다. 전기·가스·수도 상승률은 21.1%까지 낮아졌지만, 10개월 연속 20%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개인서비스 가격은 4.7% 올라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다만 상승 폭은 2022년 4월(4.5%)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가격이 역대 최저치로 하락하면서 2%대 물가 상승률을 이끌었다"며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도 둔화하는 흐름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 농축수산물, 전월대비 1.7% 상승…신선식품 지수도 4.4% 올라

농축수산물 물가는 폭우 등의 영향으로 채소류 물가가 7.1% 오르면서 전월 대비 1.7% 상승했다.

채소류 물가가 전월보다 오른 것은 지난 3월(1.0%) 이후 4개월 만이다. 특히 상추(83.3%), 시금치(66.9%) 등의 물가가 전월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다만 1년 전과 비교하면 농축수산물 물가는 오히려 0.5% 내렸다. 작년 7월 폭염 등으로 물가가 크게 올랐던 기저효과 때문이다.

작년 같은 달 대비 상승률은 사과(22.4%), 고등어(9.2%), 닭고기(10.1%), 고춧가루(8.3%) 등이 높았다.

국산 소고기·돼지고기 등 축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4.1% 내렸고, 오징어 등 수산물 물가는 5.9% 상승했다.

계절 및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 지수도 전월보다 4.4% 상승했다. 신선 채소(7.2%)와 신선 과실(5.4%)의 상승률이 높았다.

김보경 심의관은 "채소류는 폭우 영향으로 7월 하순경에 많이 올랐다"며 "물가를 세 차례 나눠 조사하는데 세 번째 조사 때 (그 영향이) 많이 나타나 등락률이 낮게 나온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작년 동월보다 3.9% 올라 지난해 4월(3.6%) 이후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의 상승률도 6월 3.5%에서 지난달 3.3%로 0.2%포인트 떨어졌다. 마찬가지로 작년 4월(3.1%) 이후 최저치다.



◇ 8월에는 기저효과 사라져…기상 여건 등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는 8월부터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의 높은 물가 상승률로 인한 기저효과가 사실상 사라지고, 호우 피해 상황이 반영되면서 둔화 흐름이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보경 심의관은 "7월까지는 작년의 기저효과로 물가가 안정된 측면도 있다"며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8월에는 이러한 둔화 흐름이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8∼9월에는 기상 여건과 추석 등 계절적 요인과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보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8월과 9월에 물가 상황이 잠시 불안해졌다가, 10월부터 다시 내려가는 패턴이 나타날 것"이라며 "물가안정 기조가 안착할 수 있도록 주요 품목별 가격·수급 동향을 점검하면서 적기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 또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초 예상대로 8월부터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전망치를 다소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완만한 둔화 흐름을 나타낼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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