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고관 발길…글로벌 인싸 '귀하신 몸' 된 파푸아뉴기니
남태평양서 미·중 경쟁 격화에 지정학적 가치 커져
니켈 등 천연자원 풍부…미·프랑스와 손잡고 액화천연가스 수출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남태평양의 가난한 섬나라 파푸아뉴기니가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국가로 다시 부상했다고 영국 언론 이코노미스트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 지도자들이 파푸아뉴기니를 잇달아 방문하며 갑자기 '구애'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 파푸아뉴기니 수도 포트모르즈비에서 열린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은 파푸아뉴기니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인도·태평양 도서국가협력포럼(FIPIC)에 참석해 "인도는 신뢰할 수 있는 개발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포괄적인 인도·태평양에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해 PIF에 참석할 계획이었지만 미 의회의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문제에 발목이 잡혀 일정을 취소했다.
대신 같은 달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파푸아뉴기니를 찾았고 양국간 방위협력협정(DCA)을 체결했다.
블링컨 장관에 이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26∼27일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해 미국 경비함을 다음 달에 파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다음 날인 28일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파푸아뉴기니에 도착했다.
앞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이달 인접국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파푸아뉴기니의 몸값이 뛴 이유로 지리적 중요성, 니켈 등 천연자원의 가치, PIF 내 영향력 등 3가지를 꼽았다.
우선 파푸아뉴기니는 태평양에서 미군의 요충지인 괌과 가깝고 미국의 동맹국인 호주 바로 위에 위치해 있다.
미국은 오랫동안 태평양지역 외교와 관련해 호주에 많은 역할을 의존했다.
호주는 미국, 영국, 뉴질랜드, 캐나다 등과 기밀 정보를 공유하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정보 네트워크의 일원이다.
그러나 중국이 지난해 4월 태평양 섬나라 솔로몬제도와 치안 지원은 물론 유사시 군대도 파견할 수 있는 안보 협정을 체결하면서 미국이 느끼는 위기감이 커졌다.
미국이 파푸아뉴기니와 방위 협정을 맺고 오스틴 국방장관을 파푸아뉴기니에 파견한 것은 남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파푸아뉴기니 내 래(Lae), 마누스(Manus) 같은 섬들에서 군사기지를 건설하거나 개선함으로써 접근을 확대하고 결국 파푸아뉴기니에 미군 병력과 군수품들을 분산해 배치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미군 병력과 군수품들이 중국 미사일의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파푸아뉴기니가 니켈, 구리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점도 서방의 관심을 끄는 요인으로 짚었다.
특히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로 이른바 '녹색혁명'에 필요한 광물이다.
게다가 파푸아뉴기니는 미국, 프랑스 석유회사들과 협력해 액화천연가스(LNG)의 주요 수출국이 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설명했다.
아울러 이코노미스트는 오세아니아 18개국으로 이뤄진 PIF에서 파푸아뉴기니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오세아니아에서 호주 다음으로 큰 파푸아뉴기니는 PIF에 적극 참여하며 남태평양 도서국들과 아시아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자처해왔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파푸아뉴기니가 유엔의 인간개발지수에서 최하위권에 속할 정도로 발전이 뒤처져 있고 부패에 대한 인식이 낮은 점 등 한계점도 지적했다.
또 파푸아뉴기니는 정글, 산악지대, 섬 등으로 교통 여건이 열악하고 다민족 국가로 800여개 언어가 분포하기 때문에 정치도 복잡하다고 덧붙였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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