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마인크래프트로 우크라전 미화…게임으로 젊은층 선동
'푸틴식 침공이념' 난무…푸틴 "게임, 교육 도우라" 주문
서방도 일부 맞대응…게임 미끼로 러 시민 겨냥한 정보전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가 마인크래프트를 비롯한 비디오게임을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화하는 수단으로 삼는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온라인 위협을 분석하는 우크라이나 컨설팅사 '몰파르'는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러시아판 월드오프탱크, 월드오브워쉽, 플라이코프, 아머드워페어 등에서 러시아의 선동 사례 수십건을 확인했다.
이들 선동물 거의 전부는 과거 나치 정권에 대한 소비에트연방(소련)의 전쟁 승리를 극찬했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데 끌어들이는 과거사이다.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가상현실 게임 마인크래프트에는 러시아군이 올해 1월에 점령한 도시 솔레다르에서 벌어진 전투가 등장한다.
디스코드나 스팀 등에 있는 게임 대화방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타당하다는 선동이 목격된다.
게임 참여자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상징하는 알파벳 'Z'를 받아들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러시아 영토로 여긴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처럼 우크라이나를 나치로 여기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전쟁의 책임을 서방에 돌린다.
NYT는 게임을 이용한 선동에 러시아 정부가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6월 마인크래프트에서 러시아의 날을 기념하는 음악회가 열렸는데 여기에 러시아 인터넷 안전협회 대표가 참여했다는 것이다.
이 인사의 모친은 상원의원으로서 성소수자 탄압 같은 푸틴 대통령의 보수적 견해를 떠받치는 우군으로 전해진다.
푸틴 대통령도 정부가 대중에 가치를 주입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으로서 게임산업의 역할을 이달 직접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게임은 인간 개발을 도와야 한다"며 "보편적 인간 가치와 애국심의 틀 내에서 개인을 교육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소유한 마인크래프트 같은 서방 게임들은 러시아가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러시아 내 신규 판매와 업데이트 같은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들 게임과 디스코드 같은 소셜미디어를 계속 이용할 방법을 찾아 러시아, 러시아어를 쓰는 주변국들을 상대로 선동을 지속하고 있다.
사이버 보안업체 액티브펜스의 연구원 타냐 베거는 "게임 세계는 특히 젊은 층의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전략대화연구소의 극우·혐오운동 연구원인 제이컵 데이비는 게임은 취약한 젊은 층, 특히 이들이 이미 비주류 이념에 경도됐다면 선동에 이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도구라고 진단했다.
NYT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서방에서도 러시아인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게임에 접근하는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독일의 한 업체는 러시아군을 겨냥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무인기) 습격을 가상현실로 만든 선동용 게임 데스프롬어보브를 개발했다.
핀란드 신문사인 헬싱인 사노마트는 러시아인들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사실관계를 알릴 미끼로 비디오게임 카운터스트라이커를 이용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