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보조금' 조세지출, 머나먼 구조조정…국가재정 추가압박
'감면실적 無' 3건 포함해 6건만 종료…전체 일몰도래의 8.5%
(세종=연합뉴스) 이준서 박재현 기자 = 올해 일몰을 앞둔 조세지출 제도들이 대거 연장되면서 내년도 국가재정에도 부담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조세지출은 세금을 면제하거나(비과세) 깎아주는(감면) 조세특례 방식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소득공제·세액공제·우대세율·과세이연 등도 포함된다.
예산당국이 각종 보조금을 비롯한 예산안을 원점 재검토하면서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예고했지만, '숨은 보조금'(hidden subsidies)으로 불리는 조세지출에서는 허리띠를 푸는 모양새다.
최근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하한선(60%) 유지, 올해 하반기부터 적용하는 바이오의약품 투자세액공제 등 다른 조치까지 고려하면 우회적인 재정지출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세법개정안 3건 중 2건꼴, 조세지출 확대·신설·연장
기획재정부의 '2023년 세법개정안'에 담긴 주요 정책과제 75건 가운데 약 50건은 조세지출을 확대하거나 연장 또는 신설하는 내용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이 감세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별도로,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조세지출에 대해서는 71건 가운데 58건의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 구조를 재설계해 기한을 연장하는 7건까지 포함하면 총 65건(91.5%)이 연장된다.
예정대로 종료되는 건수는 6건(8.5%)에 불과하다.
조세지출 종료 비율은 2019년 20.6%, 2020년 18.5%로 20%선 부근에 머물렀으나, 2021년과 지난해 각각 10.5%와 13.5%로 떨어졌다가 이번에 한 자릿수로 한단계 더 내려앉았다.
조세지출은 아니지만, 내년 6월 말까지인 농어촌특별세는 오는 2034년 6월 말까지 10년간 연장됐다.
기재부는 "농어촌 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농어업 경쟁력 강화 사업의 소요재원 확충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지출 칸막이'가 있는 수조원대 목적세를 또다시 연장한 것이어서 국가재정에는 부담이 된다.
한국세무사회는 "농어촌특별세는 매년 5조~7조원에 달하는 작지 않은 세입규모"라며 "도입 당시에 비해 농어촌 구조조정 작업이 대부분 마무리되고 정책목적도 달성된 것은 물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새 조세까지 필요한 실정임에도 만기가 됐다는 이유로 또다시 연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연장 여부가 담기지는 않았지만, 올해 한시 적용되는 임시투자세액공제(직전 3년 평균 대비 투자증가분에 대한 추가공제 10%)가 내년에도 이어진다면 투자활성화에 따른 세수 증가보다는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 '감세' 세법개정에 조세지출까지…재정압박 가중
이런 조세지출 확대는 결과적으로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취약계층, 농어업인, 중소기업, 영세 자영업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손쉽게 정비하기는 무리인 측면이 있지만, 기한 연장이 되풀이되고 수혜층에 당연한 혜택으로 인식되면서 제도정비 자체가 한층 어려워진다는 점에서다.
이번에 일몰대로 종료되는 6건 가운데 3건은 최근 5년간 감면실적이 아예 없었던 제도라는 점도 그만큼 수혜층의 조세저항을 넘어서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1~2년마다 대형 선거가 이어지는 정치구조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정부재정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조금 더 과감한 정비에 나섰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연장된 65건의 올해 감면액(전망)은 13조6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조세지출예산서 기준으로 집계한 수치로, 올해 전체 감면액 69조3천억원의 20.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 조세지출 연장으로 내년도 국가재정에도 최소 13조원대의 세수 증대 기회를 놓치는 효과가 반영된다는 의미다
역대급 '세수 결손'에 추가적인 감세까지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는 적잖은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5년간(2024~2028년) 4천719억원의 세수 감소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지만, 이는 전년도 기준으로 세수 증감을 따지는 '순액법'에 따른 것으로, 실제 세수감소분을 보여주는 '누적법(기준연도 대비 방식)'을 적용하면 세수감소분은 3조702억원에 달한다.
민간연구소인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난해 세제개편으로 72조4천억원,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확대로 13조원,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약 3조원 등 2022년∼2028년 감세효과가 총 8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는 전체 국세수입 규모를 고려하면 세수 중립적인 수준이고, 재정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경기반등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전반적으로 세 부담 경감이 불가피하다"며 "세수 부족은 기본적으로 경기흐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경기회복이 본격화한다면 세수 부족도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