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4배인데 주가는 반대…'일부 이차전지, 성장주보다 고평가'

입력 2023-07-30 06:11
이익 4배인데 주가는 반대…'일부 이차전지, 성장주보다 고평가'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이민영 기자 = 최근 국내 증시에서 '이차전지' 테마 쏠림현상이 심화해 주가 급등 사례가 속출하자 증권사들이 일부 기업분석에서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일부 이차전지 관련주는 시장에서 국내 대표 성장주보다 고평가될 정도로 급등해 적정한 가치평가(밸류에이션)를 하기 어려워졌다는 이유에서다.

30일 증권가에선 증시 내부에서 이상 쏠림이나 양극화가 심화했다며 이익과 기초여건(펀더멘털)이 양호하면서 저평가된 기업들로도 매기가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를 보면 이차전지 열풍을 타고 주가가 급등한 POSCO홀딩스[005490]가 5위에 올라 LG화학[051910](6위), 삼성SDI[006400](7위), 현대차[005380](8위) 등의 대기업보다 앞서있다.

POSCO홀딩스 시총 규모는 지난 28일 종가 기준으로 52조3천496억원이다.

다음으로 LG화학 45조8천850억원, 삼성SDI 45조5천909억원, 현대차 41조6천294억원 등 순이다.

액면가 5천원의 현 주가 수준을 비교해보면 현대차가 19만6천800원으로 POSCO홀딩스(61만9천원)의 3분의 1수준이다.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의 수익성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을 보면 POSCO홀딩스가 24.54배로 현대차(5.99배)의 네 배가 넘는다.

그러나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현대차의 올해 2분기 잠정 순이익은 3조3천468억원으로 POSCO홀딩스 8천억원의 네 배에 이른다. 작년 연간 순이익을 보면 현대차가 7조9천836억원으로 POSC0홀딩스 3조5천605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교보증권은 POSCO홀딩스 목표주가를 시가보다 낮은 45만원으로 제시해 사실상 매도 의견을 시사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친환경미래소재 등으로 변모해 수익성 대비 기업가치(멀티플) 상향 요인이 존재하지만, 전통적인 가치평가(밸류에이션) 방식이 시장가치 변모를 설명하기 힘든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총 9위의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2분기 잠정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521억원과 431억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 추정 영업이익만 보면 ▲ LG화학(6위) 6천156억원 ▲ 삼성SDI(7위) 4천502억원 ▲ 현대차(8위) 4조2천379억원 ▲ NAVER[035420](네이버·10위) 3천684억원 ▲ 기아[000270](11위) 3조4천30억원 ▲ 카카오[035720](12위) 1천244억원 등이다. 이들 시총 상위 기업 모두 포스코퓨처엠보다 최소 두 배가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포스코퓨처엠의 주가 지표를 보면 주가수익비율(PER)이 326.09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5.89배로 각각 산정됐다.

이 종목의 PER 지표는 국내 대표 성장주인 네이버(53.74배)와 카카오(176.92배)보다 훨씬 높다. PBR 지표도 네이버 1.48배와 카카오 2.11배를 크게 웃돈다.

코스닥시장 시총 1위와 2위 업체인 에코프로비엠[247540]과 에코프로[086520]도 대표적인 이차전지 과열 종목으로 꼽힌다. 두 종목의 PER 지표는 각각 142.43배와 77.35배 수준이다.

에코프로비엠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천147억원이지만 시총 규모는 39조8천500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9위 수준이다.

증권사들은 이들 종목의 주가가 가치평가 수준을 넘었다며 목표주가를 제시하지 않거나 시가를 밑도는 목표주가를 제시해 사실상 매도 의견을 피력한 것이 전부이다. 증권사의 에코프로 분석 보고서는 지난 5월 19일 이후 한 건도 없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차전지는 주가 부담이 크고 실적도 예상치를 밑돌아 독주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 배터리 업체들도 상당한 조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차전지만 올라가는 기형적인 시장 장세보다 실적 호전이나 경기 저점 통과 쪽에 초점을 맞춘 업종 중심으로 매수세가 분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이차전지에 대한 차익실현 나서면서 수급 지배력이 완화하고 시장은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며 "소외업종이 반등하면 기초여건(펀더멘털)이 주요 변수로 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앞으로 반도체·자동차·바이오 등으로 수급이 확산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indigo@yna.co.kr, mylux@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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