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사법정비 반대시위에 아랍계는 '진퇴양난'
5분의1 차지하는 아랍계, 시위에 계속 주변부 역할
극우정권 우려 공감하지만 대체로 '유대인의 일' 간주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이스라엘에서 이른바 '사법 정비' 입법의 후폭풍으로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아랍계 소수민족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 권한 확대로 아랍계가 가장 먼저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시위대가 아랍계의 입장을 대변하지는 않아 선뜻 나서기도 주저되는 실정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이스라엘 인구 904만여명 가운데 아랍계는 21.1%로 집계된다.
이스라엘 태생이나 세계 각지에서 온 유대인이 인구의 대부분인 74%를 차지한다.
아랍계는 올해 초 이스라엘을 휩쓴 대규모 반정부 시위뿐 아니라 최근 시위에서도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다소 주변적인 역할을 하는 데 그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러한 소극적 태도의 배경에는 그간의 시위가 팔레스타인계의 동등한 권리 보장보다는 유대 국가의 현상 유지에 초점을 맞춰왔다는 데 있다고 진단했다.
시위대가 내세우는 메시지가 아랍계의 근본적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어 이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또한 이스라엘 온라인 매체 +972매거진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현재의 이스라엘 사법 체계에 대해서도 불신이 가득한 상황이다.
기존의 사법부도 아랍계 주민들의 권리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사법부 권한 축소를 반대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스라엘의 정치사회활동가 모하메드 오스만(26)은 "우리 공동체의 일부는 이번 정부가 이전 정부와 똑같고, 우리 상황도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나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랍계 주민들도 다른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법부 권한 축소 법안을 위험한 새 시대의 전조 격으로 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권은 종교적 국수주의 정파와 초정통파 유대교인들의 연합으로 팔레스타인에 전례없이 강경한 정책을 취하고 있다.
사법제도의 계속되는 개편에 따라 법원이 극우 정권의 독주를 견제하지 못하면 팔레스타인 정책도 현재 수준을 넘어 초강경 모드에 접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오스만은 이번 법안이 아랍계 소수민족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하며 "우리가 가장 먼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극좌 정당 하다시 정치위원회 위원 라자 자트리는 +972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아랍계가 의사결정 과정과 정치 영역에서 배제되는 한 극우 세력은 계속해서 권력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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