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적십자사 우크라 아동 강제이송 논란…연맹, 조사착수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많은 현지 어린이가 러시아의 맹방 벨라루스로 강제 이송됐으며 여기에 벨라루스 적십자사가 관여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이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24일(현지시간) IFRC에 따르면 드미트리 샤우초프 벨라루스 적십자사 사무총장이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내 러시아 점령지를 방문했던 사안과 관련해 IFRC 규정 준수 위원회가 사실관계 등을 조사하고 있다.
IFRC는 성명을 통해 "샤우초프 사무총장이 돈바스를 찾은 사실을 파악하고 있으며 그의 발언은 우리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 아니다"라며 "독립적 기구인 규정 준수 위원회가 이 문제를 조사한다"고 밝혔다.
샤우초프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벨라루스로 데려오는 데 관여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벨라루스 국영 방송 '벨라루스 1 TV'가 지난 19일 방송한 보도 영상에는 샤우초프 사무총장이 돈바스의 루한스크 지역을 방문한 모습이 나온다. 루한스크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점령해온 지역이다.
샤우초프 사무총장은 현장 방문 영상에서 "건강을 개선할 목적으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벨라루스에 데려오는 데 벨라루스 적십자사가 적극적으로 관여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벨라루스 적십자사가 우크라이나 아동 불법 이송을 사실상 시인한 증거라며 반발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샤우초프 사무총장이 우크라이나 아동을 불법으로 이송한 범죄를 공개적으로 자백했다"며 "국제형사재판소(ICC)는 그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벨라루스 야권에서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정권이 우크라이나 어린이 강제 이송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벨라루스 야당 활동가인 파벨 라투슈카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승인 아래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에서 어린이 2천100여명이 벨라루스로 강제 이송된 근거 자료를 최근 ICC에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 당국이 많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강제 이송했다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장인 그리고리 카라신은 지난 2일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70만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러시아로 데려와 보호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어린이들을 불법적으로 납치해 인질로 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국제인도법은 교전국이 어린이를 강제 이송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ICC가 지난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발부한 체포영장에 적시된 푸틴 대통령의 혐의사실에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점령지에서 어린이들을 불법으로 이주시켰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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