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신호 켜진 보이스피싱…통장협박·간편송금 악용 막는다

입력 2023-07-24 06:03
수정 2023-07-24 14:59
적신호 켜진 보이스피싱…통장협박·간편송금 악용 막는다

5년간 3조원 피해에 당정 협의로 윤창현 의원 대표발의

통장협박 계좌 일부 정상 이용·전자금융업자 실시간 정보 제공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채새롬 기자 = 정부의 단속에도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림에 따라 당정이 통장 협박과 간편송금을 악용하는 신종 사기를 법으로 규제하기로 했다.

이는 보이스피싱 피해가 5년간 3조원에 달하고 자영업자 등을 노린 신종 사기 수법이 판을 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과 협의를 거쳐 통장 협박과 간편송금을 악용한 악질 보이스피싱 근절을 골자로 하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돈이 입금됐더라도 사기를 위해 이용된 계좌가 아닐 경우 피해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정상적인 입출금을 할 수 있게 해주고, 보이스피싱 신고를 받은 전자금융업자가 실시간으로 금융회사에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개정안은 지난 2월 28일 민생 침해 금융 범죄 대책 마련을 위한 민당정 협의회 이후 4개월간의 당정 간 논의를 거쳐 윤창현 의원이 대표로 발의했다.

윤창현 의원실은 "지난 2월에 보이스피싱 대책과 관련해 당정회의를 했고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해서 대표 발의했다"면서 "금융위원회가 이 개정안의 초안을 잡았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통장 협박 사기로부터 자영업자를 구제하는 게 초점이다.

통장 협박 사기는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신고하면 범죄와 무관한 제삼자의 계좌가 거래정지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점을 악용한 신종 수법이다.

사기범들은 계좌가 공개된 자영업자ㆍ소상공인 등의 계좌와 인터넷 쇼핑몰 등에 노출된 계좌에 돈을 입금해 해당 계좌를 정지시킨 후 돈을 주면 계좌를 풀어주겠다며 속이고 금전을 편취하고 있다.



급전을 돌려야 하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경우 계좌 정지 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을 노려 협박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돈이 입금된 소상공인 등 피해자는 지급 정지 등에 대한 이의 제기를 할 수 없어 상당 기간 계좌 동결로 모든 돈이 묶이는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지급 정지를 위해 범인에게 돈을 보내더라도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아닌 범인에게 돈을 보내는 셈이라 계좌가 풀리지 않는다. 직접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돈을 돌려주려고 해도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사기단으로 오해하고 연락받기를 꺼려 지급 정지를 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개정안은 통장 협박과 관련해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돈이 입금됐어도 해당 계좌가 피해액 편취를 위해 이용된 계좌가 아니라는 사실을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하는 절차를 마련했다.

은행 등 금융회사가 이 계좌가 피해액 인출에 이용된 계좌가 아니라고 판단하면 계좌 잔액 중 보이스피싱 피해액만 지급 정치 조치를 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입출금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통장 협박뿐만 아니라 은행 계좌를 몰라도 송금이 가능한 간편결제 회사의 송금 서비스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2018년 34명이 7천800만원의 관련 피해를 봤는데 지난해 6월 기준 피해자가 2천95명, 피해액은 4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카카오페이나 토스 등 간편송금을 이용한 보이스피싱은 상대방 아이디나 휴대전화 번호만 알면 은행 계좌를 몰라도 돈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다. 피해자를 속여 돈을 입금하도록 한 뒤 피해자가 은행 계좌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점을 악용해 지급정지 전에 돈을 빼가는 수법이다.

간편 송금업자의 입출금 명세가 금융회사와 실시간 정보공유가 이뤄지지 않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피해자는 카카오페이나 토스 등 간편송금업자에게 송금확인증을 받아야만 사기범의 은행 계좌를 알 수 있어 지급정지 조치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피해자가 사기범의 은행 계좌로 돈을 입금했어도 사기범이 곧바로 간편송금 계정으로 옮기고 이를 다시 다른 은행 계좌로 옮기면 피해자는 피해액이 최종적으로 어느 은행 계좌로 입금되었는지 알 수 없다.

금융회사도 통상 1~2개월 후에야 최종 수취 계좌를 알 수 있어 신속한 피해구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개정안은 보이스피싱 신고를 받은 간편송금업자 등 전자금융업자가 실시간으로 금융회사에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 최종 수취 계좌에 대해 신속한 지급정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는 15만6천여건, 피해액은 3조여원에 달했다.

보이스피싱 피해는 2018년 3만4천132건에서 지난해 2만1832건으로 36% 줄었지만, 같은 기간 통장 협박이나 간편송금을 이용한 사기 등 새로운 수법의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4천40억원에서 5천438억원으로 34% 이상 늘었다.

지역별로는 대전·충청 지역에서 보이스피싱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년간 대전ㆍ충청 지역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3천648건에서 2천458건으로 32% 감소했으나 피해액은 399억원에서 563억원으로 41% 넘게 증가했다.

윤창현 의원은 "억울하게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됐음에도 구제 수단이 부족해 무고함을 직접 밝혀야 하고 이마저도 오랜 시일이 소요되는 등 현행법에 한계가 있어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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